롯데만 만나면 꼬인 KIA, 두산·SSG의 ‘악몽’ 삼성과 NC··· 후반기엔 천적 관계 깰 수 있을까
리그 1위로 전반기를 마친 KIA는 유독 롯데만 만나면 힘을 못 썼다. 11번을 싸워 3번밖에 못 이겼다. 7번 졌고, 1번은 비겼다. 비긴 1경기가 압권이었다. 지난달 25일 KIA는 롯데를 만나 14-1까지 이기다가 14-15로 역전을 당했고, 간신히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2회 무승부를 기록했다. 최고참 최형우가 “어이가 없더라”고 혀를 내두를 만큼 나오기 어려운 경기였다.
롯데를 제외하고 나머지 구단과 경기에서는 리그 선두다운 힘을 발휘했다. SSG에 3승 6패로 밀렸을 뿐 다른 팀들과 상대 전적은 모두 앞섰다. 그래서 롯데와 전적이 더 눈에 띈다.
전반기 가장 극단적인 상성 관계는 NC와 SSG였다. NC가 9승 1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기록했다. 접전 끝에 승패가 갈리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았다. NC는 SSG를 상대로 10점 차 이상으로만 3차례 승리를 거뒀다. 10경기를 맞붙어 NC가 89득점 하는 동안 SSG는 36점을 내는 데 그쳤다. 경기당 득실 마진이 무려 5.3점이다. 10개 구단 모든 상대 전적을 통틀어 경기당 점수 차가 가장 컸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4일에도 벤치클리어링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NC가 끝내기 홈런으로 이겼다.
SSG와 NC는 전반기를 각각 승차 없는 5위와 6위로 마쳤다. 후반기 두 팀은 6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남은 맞대결 결과에 따라 가을야구 막차 티켓의 주인공이 갈릴 수도 있다.
3위 두산은 4위 삼성을 상대로 전반기 1승 8패에 그쳤다. 경기당 평균 3점이 넘게 졌다. 경기력 이전에 유독 삼성만 만나면 불운이 이어졌다. 두산은 지난 4월 삼성과 첫 3연전부터 대체 선발 카드를 잇달아 써야 했다. 라울 알칸타라가 팔 피로로 등판을 걸렀고, 브랜든 와델은 경기 직전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 때문에 등판을 포기했다. 박소준과 김호준이 부랴부랴 선발로 나선 두 경기를 모두 내줬고, 3차전 선발 곽빈마저 부진하며 시리즈 피스윕으로 시즌을 출발했다. 지난달 23일 브랜든이 투구 중 어깨 통증으로 자진 강판한 경기도 삼성전이었다. 선두 KIA·2위 LG와 호각세를 이뤘고, 5위 이하 팀들 상대로는 대체로 여유 있는 전적 우위를 달성한 터라 삼성전 불운이 유독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전반기 KIA만 만나면 괴력을 발휘한 롯데는 오히려 하위권에 속하는 한화와 키움 상대로 고전했다. 한화와 4승 4패를 기록했고, 키움 상대로는 5승 7패로 밀렸다. 최하위로 전반기를 마친 키움은 LG를 상대로 11경기 7승 4패로 앞섰다. 그러나 1위 KIA에 1승 4패, 3위 두산에 2승 7패로 크게 밀렸다.
올 시즌 전반기는 역대 유례없는 대혼전 속에 끝이 났다. 1위 KIA가 승률 0.593, 최하위 키움이 승률 0.432를 기록했다. 전체 시즌을 통틀어 1위 팀이 승률 6할을 밑돌고, 동시에 꼴찌팀이 승률 4할 이상을 기록한 건 2004년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이례적이다. 전반기 천적 관계를 누가 끊어내느냐에 따라 후반기 희비가 갈릴 수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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