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도쿄 도의원 보선 참패…“기시다 끌어내리기 확산”

지난 6월 도쿄에 설치된 도쿄도지사 선거 게시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이 지난 7일 치러진 도쿄도 의회 도의원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도쿄도 지사 선거는 고이케 유리코 현 지사가 3선에 성공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진 도의원 선거에서 정작 크게 패배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 앞날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이 나온다.

8일 일본 공영방송 NHK, 일간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날 9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도쿄도의원 보궐선거에서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8곳에 후보를 냈으니 2승 6패인 셈이었다.

같은 날 치러진 도쿄도 지사 선거에선 자민당 및 연립 여당 공명당 지지를 받은 고이케 지사가 3선 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자민당은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반발을 우려해 당 간부가 공식 유세에도 나서지 못하는 등 물밑 지원에 그쳤다.

보궐선거 지역 중 하치오지시 등 지역에서의 패배에 현지 언론은 주목했다. 이곳은 지난해 말 ‘비자금 스캔들’로 당 직무 정지 징계를 받은 하기우다 고이치 전 정무조사회장의 지역구로, 자민당에 대한 차가운 민심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기시다 정권과 자민당은 비자금 스캔들 이후 최근 10~20%까지 지지율이 바닥을 치면서 정권 위기 수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선거 결과를 두고 “고이케 지사의 압승은 철저히 ‘자민당 숨기기’로 가능했던 것”이라며 “동시에 치러진 도의원 보궐선거에서 2승 6패로 참패하면서 당내에서 ‘기시다 끌어내리기’가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번 패배로 기시다 총리가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연임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자민당 소속 오니시 히데오 의원은 기자들에게 “(기시다) 총재는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사직을 하고 새로운 총재를 9월에는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당 인사들 역시 선거 전부터 고이케 지사 개인의 8년 도정 평가를 묻는 도쿄도 지사 선거보다는 자민당 간판을 걸고 싸우는 도의원 보궐선거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해 왔다. 일본 중의원 선거가 올해 말 내지 내년 가을 치러질 전망인 만큼, 이번 선거를 향후 중의원 선거의 바로미터로 여겨서다.

자민당 내에선 이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일부 의원들로부터 기시다 총리 퇴진 요구가 여러 차례 나왔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 만큼 기시다 총리가 9월 자민당 총재에 불출마할 경우 총리 자리도 내놓게 된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