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땐 1년 준비→1무 2패' 홍명보, '2년' 주어진 이번엔 다를까
이제 이 대열에는 홍명보(55) 전 울산 HD 감독이 추가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명보 감독을 축구 대표팀 차기 사령탑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지난 2월 16일 위르겐 클린스만(60) 감독을 경질한 뒤 홍 감독을 유력한 차기 감독 후보로 생각했다. 하지만 홍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서포터스와 K리그 팬들의 '국가대표팀의 K리그 감독 빼가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외국인 감독 선임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데 있어 문제점이 존재했다.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위약금은 물론이고 2025년 준공 예정인 천안 축구종합센터의 늘어난 공사 비용이 걸림돌이었다. 신임 외국인 감독에게 줄 수 있는 연봉이 제한적이라 후보군 가운데 축구 팬들이 수긍할 만한 '뾰족한 카드'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협회는 그 동안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했던 홍 감독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고 홍 감독은 이를 숙고 끝에 받아들였다. 여기에는 5개월째 대표팀 감독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던 협회의 어려운 상황과 그가 지도자로서 이루지 못했던 월드컵에서의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기대 속에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지만 1무 2패의 성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한국이 1승을 거둘 수 있는 팀으로 지목됐던 알제리에 졸전 끝에 2-4로 패해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이 와중에 자신이 런던 올림픽 시절 주축을 이뤘던 선수를 중심으로 월드컵 주전 멤버를 구성해 이른바 의리를 앞세운 축구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현실적으로 월드컵 본선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홍 감독이 선수 구성을 포함한 다양한 실험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홍명보 감독은 팀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해 선수들의 동기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장점이다. 실제로 정몽규(62)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 5일 천안 축구종합센터에서 열린 '한마음 축구대회'가 끝난 뒤 "결국 대표팀 감독은 원 팀을 만드는 능력이 중요하고 전술적인 부분은 코치 진이 잘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막내린 아시안컵에서 충격을 안겨줬던 한국 대표팀의 내분 문제를 감안하면 카리스마 리더십의 대명사 홍명보 감독이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의 적임자라는 점을 정 회장이 은연중에 드러냈던 셈이다.
하지만 허 감독은 2008년 다시 대표팀 감독이 됐다. 그는 2년 뒤 펼쳐진 남아공 월드컵에서 박지성(43), 이영표(47), 차두리(44) 등 2002 월드컵 세대를 중심으로 팀을 꾸려 한국의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지난 2010년에 비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손흥민(32·토트넘),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 축구 빅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 황금세대와 함께 2014년 월드컵 실패를 딛고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까. 8일 이임생(53) 축구협회 기술총괄 이사는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감독 선임 브리핑을 통해 "지난 2014년 월드컵에서 지도자로서 실패한 그의 경험도 한국 축구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했다. 2014년 월드컵 때와는 달리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홍명보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2년이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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