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공주' 된 이봉련 "'햄릿'은 인생의 천운, 관객도 귀하죠"
3년 전 코로나19 여파 온라인 공연만
오프라인 관객과 첫 만남…'젠더벤딩' 눈길
이달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서 공연
배우 이봉련은 국립극단 연극 ‘햄릿’으로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르는 소감을 이 같이 밝히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햄릿’은 왕위 계승 서열 1위였던 햄릿이 선왕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숙부 클로디어스가 자신을 제치고 왕위를 계승한 데 대한 의심을 품고 진실을 밝혀내려고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먼저 집필된 동명의 고전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이봉련은 지난 5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의 타이틀롤 햄릿 역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당초 ‘햄릿’은 국립극단의 2020년 공연 라인업에 올랐으나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개막이 무산됐고 이듬해 온라인으로만 ‘랜선 관객’과 만났다. 오프라인 개막은 이번이 처음. 이봉련은 긴 기다림 끝 관객과 눈을 맞추며 135분간 혼신을 다해 열연을 펼치는 중이다.
‘햄릿’은 주인공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뒤바꾼 ‘젠더벤딩’(gender-bending) 작품이다. 이에 이봉련은 ‘햄릿 왕자’가 아닌 ‘햄릿 공주’로 분했다. 이는 작품의 주요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기자간담회에 동석한 부새롬 연출은 “아주 오래 전에 쓰인 작품이기에 여성을 향한 혐오적이고 폄하적인 내용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어떻게 덜어낼까 고민하다가 햄릿의 성별을 바꿔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왜 햄릿 공주가 이봉련이어야 했느냐는 물음에는 “일단 연기를 너무 잘해서였고, 맞으면 쓰러질 것 같은데 쓰러지지 않고 버티며 싸우려고 하는 느낌이 나는 작은 체구도 마음에 들었다”고 답하며 미소 지었다.
‘햄릿 공주’가 되어 관객과 만나는 일은 흔치 않은 기회이기에 이봉련은 ‘천운’이라는 생각을 하며 작품에 임하고 있다. 이봉련은 “여자 배우는 햄릿 역할이 들어올 거란 생각을 크게 하면서 살지 않는다”며 “더욱이 햄릿을 연기하는 과정은 제가 가진 편견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해서 특별하다. (온라인으로) 초연할 땐 잘 몰랐는데 두 번 하게 되니 그런 생각이 더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색본인데 나름 양이 방대하다. 큰 에너지를 가지고 그간 연극 학도로서, 배우로서 지켜봐 온 햄릿을 연기하며 복잡다단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봉련은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면서 왕권에 대한 욕심까지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인물이라는 점이 제가 연기하는 햄릿의 특징”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이봉련은 “햄릿의 성별이 중요치 않은 작품이라는 설명을 듣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돌아보면서 “성별이 상관없는 햄릿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지금이니 (관객이) 그것을 즐겨주십사 하는 마음이다. 끝날 때까지 객석이 들끓길 바라고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분이 ‘햄릿’을 다시 읽게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햄릿’은 오는 29일까지 공연한다. 온라인으로 선보이던 때와 다르게 ‘물’을 주요한 오브제로 활용해 새로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무대에 커다란 사각 수조를 설치해뒀고 종종 공중에서 세찬 비를 뿌리기도 한다. 이 작품에는 이봉련을 비롯해 김수현, 성여진, 김용준, 류원준, 안창현, 신정원, 김유민, 김별, 김정화, 이승헌, 허이레, 노기용 등이 작품에 출연한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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