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히고 뒤집히는 한미약품…가족경영에서 전문인 체제로 가나

김경욱 기자 2024. 7. 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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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이하 한미약품)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모녀(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대 장·차남(임종윤 한미약품 대표·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대결 구도에서 장·차남 편에 섰던 '키맨'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 쪽으로 마음을 돌리면서다.

신 회장은 올 초 오씨아이(OCI)그룹과 통합 추진 과정에서 촉발된 한미약품 총수일가 경영권 분쟁 당시 임종윤·종윤 형제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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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윤 한미약품 대표·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임종윤 대표 쪽 제공

한미약품그룹(이하 한미약품)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모녀(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대 장·차남(임종윤 한미약품 대표·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대결 구도에서 장·차남 편에 섰던 ‘키맨’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 쪽으로 마음을 돌리면서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끝에 모녀 쪽을 이기고 경영권을 쥔 장·차남 형제의 지위가 흔들리면서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은 8일 입장문을 내어 “신동국 회장의 대승적 결단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저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한미는 신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꾸려 새로운 한미그룹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송 회장이 언급한 신 회장의 ‘대승적 결단’은 지난 3일 이들이 맺은 지분 매입 계약이다. 앞서 신 회장은 송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지분 매입 계약과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송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이고, 신 회장은 임 회장의 고향 후배로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지주사) 지분 12.1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이번 계약으로 한미사이언스의 신 회장 지분은 12.43%에서 18.93%로 늘어난다. 송 회장 지분은 11.93%에서 6.16%로, 임 부회장 지분은 10.43%에서 9.7%로 줄어든다. 신 회장 지분이 모녀 지분 전체보다 많아지는 것이다.

신 회장은 올 초 오씨아이(OCI)그룹과 통합 추진 과정에서 촉발된 한미약품 총수일가 경영권 분쟁 당시 임종윤·종윤 형제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 이들 형제는 지난 3월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승리해 경영권을 쥘 수 있었다.

하지만 불과 100일 만에 신 회장이 입장을 바꿔 모녀 편에 서면서 임씨 형제는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이번 계약으로 신 회장·송 회장·임 부회장은 가족·우호 지분 등을 더해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하는 48.19%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임씨 형제 쪽 지분은 우호지분 등을 더해 29.07%에 그친다. 신 회장과 송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한미약품 그룹을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오씨아이그룹과의 통합 작업이 다시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 회장의 ‘변심’ 배경으로는 임씨 형제가 경영권 확보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점이 꼽힌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도 하락세를 이어왔다. 이들 형제가 경영권을 쥔 지난 3월28일 4만4350원에서 신 회장 등이 지분 매입 계약을 맺은 지난 3일 기준 3만1150원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임씨 형제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이 사실상 배제된 것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임씨 형제는 지난 3일 공시 전까지 신 회장과 송 회장의 계약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지분 거래 공시에 앞서 이사진인 자신들에게 관련 내용이 통보되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주식 매매계약 공시에 문제가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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