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춘기를, 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봤다”
9년 만에 돌아온 디즈니·픽사 영화 ‘인사이드 아웃2’가 개봉 20여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는 13살이 되어 사춘기가 시작된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 전에 없던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의 낯선 감정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급격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 감정을 직접적으로 다뤄, 청소년은 물론 학부모들 사이에서 ‘사춘기 자녀에 대한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영화’라는 입소문을 탄 것이 흥행 비결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은미(45)씨는 “엄마 말 잘 듣고 착실했던 아들이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부터 반항하기 시작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아들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며 “성적, 입시, 미래 등에 대한 불안으로 ‘기쁨’ 같은 감정을 포기하고 ‘슬픔’과 ‘불안’이라는 감정에 시달리고 있을 아들에게 잔소리보다는 격려의 말을 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두 아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조훈석(53)씨는 “사춘기 자녀와 함께 보면 좋은 영화라는 소문을 듣고,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극장 나들이 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었다”며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두 아들이 왜 부모와는 정서적 거리를 두면서 친구에게는 더 의존하려 하는지, 지금 이 시기에 두 자녀에게 필요한 건 ‘언제나 널 믿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부모는 그 자리에 있다’는 메시지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씨와 조씨 외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성장하면서 누구나 겪을 법한 스토리 속에 주인공 ‘라일리’가 느끼는 감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어,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자녀’의 마음을 한층 더 이해하게 됐다는 관람평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권하는 필수 지침서. 자기 자신의 지난 사춘기 시절을 회상하고 추억하게 하는 힘. …”(duoh****), “사춘기라는 불안한 감정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영화, 그러면서도 어른들의 눈물을 자극하는 영화. ‘잘하고 있다’라고 응원해주고 있는 것 같음.”(jiho****), “불안해 하지마, 지금을 충분히 즐겨. 다채로운 내일이 기다릴 거야.”(rkda****), “너가 뭘 하든 우린 널 응원해! 너는 너로 충분하다는 따뜻한 응원과 위로.”(2006****), “중2 딸과 함께 봤다. 정말 뭐 하나 흠 잡을 곳 없이 잘 묘사했다. 울고 있는 딸의 모습에 내 마음도 먹먹해졌다. 이런 영화는 더 많이 나와야 마땅하다! 3편을 기다리며 2편을 한 5번쯤 봐야겠다.”(yd00****) 등의 소감은 영화를 보게 만드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인사이드 아웃2’를 기획한 켈시 만 감독은 자신의 10대를 장악했던 ‘불안’을 비롯해 당황·따분·부럽·추억 할머니 등의 캐릭터를 빚어내는 과정에서, 13~16살 소녀 9명으로 구성한 ‘라일리 크루’와 소통하며 사춘기 주인공들의 심리와 묘사에 사실성을 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소년 심리전문가들도 ‘인사이드 아웃2’는 청소년들이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심리적 묘사가 탁월했다고 말한다. 양재진 마인드카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재진씨네21'에서 “영유아기와 소년기까지를 다룬 게 시즌 1이었다면, 시즌 2는 감정이 훨씬 더 다채로워지고 사춘기라는 어마어마한 감정의 격변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너무나 잘 나타낸 영화”라며 “사춘기를 통해 라일리의 감정이 통합되고, 자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인사이드 아웃2'를 호평하며, ‘5점 만점에 9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매겼다.
‘시즌1’ 전작과 마찬가지로 20~30대의 ‘인사이드 아웃2’ 예매 비율이 가장 높으면서도 “아이가 어렸을 땐 ‘인사이드 아웃’에 공감하고, 중학생이 된 아이와 보니 ‘인사이드 아웃 2’에 공감한다” “부모가 꼭 보고 아이의 현재 마음을 공감하면 좋겠다” “청소년들의 격동의 심리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 등의 입소문을 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30~50대 학부모 세대의 예매율이 꾸준히 상승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녀의 감정에 대한 이해를 넘어 스스로를 돌아보고 위안을 얻은 시간이었다”는 공감 후기가 속속 올라오면서 어른 세대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관람평에서 “어른이 된다는 게 이런 건가 봐 기쁨이 줄어드는 거.”(fnrd****), “어른이 되고 나니 ‘불안이'의 마음을 너무 잘 알겠어서, 예상치 못한 장면들에서 눈물이 났다. 불안이라는 감정과 친해질 수 있는 영화가 될 듯.”(perc****), “내 감정들과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kenn****), “되려 아이들은 덤덤한데 어른들은 울고 있는 영화”(wkdg****), “사춘기 소재로 학생들을 넘어 어른들, 사회 초년생이나 뭔가 변화를 줘야할 거 같아 전전긍긍하는 어른들에게 말하는 픽사의 이야기. 불안에 찌든 어른들에게 건네는 위로에서 감동을 얻었다. …”(chun****) 등의 반응이 이어지는 것은 그 방증이다.
이러한 관람객들의 호응에 디즈니는 지난 5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7관에서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스페셜 GV’를 개최했다. 초청자로 참석한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사이드 아웃2’에서는 주인공이 사춘기에 접어들며 느끼는 불안하고, 부럽고, 권태롭고, 당황스러운 감정들과 청소년기에 겪는 딜레마와 갈등 상황이 잘 표현돼 있다”며 “내 자녀들이 사춘기 시절 보였던 행동들이 영화에 그대로 나와 놀라웠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또한 이 자리에서 “사춘기에는 자녀 스스로도 본인의 감정이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시기이자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걱정도 많은 때인 만큼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영화 속 주인공과 자녀의 행동이 충분히 이해될 것”이라며 “사춘기 자녀로 고민이 많다면 심리학의 교과서로 손꼽히는 ‘인사이드 아웃2’로 나의 사춘기를, 그리고 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길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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