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러시아 가는 모디…속내는 ‘중국 견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8일(현지시간) 5년 만에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란 풀이가 나온다.
인도 매체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이날부터 러시아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제22회 연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모디 총리는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동을 비롯해 대표단 수준의 회담, 오찬, 러시아 내 인도인 모임 등에 참석한다. 또한 모디 총리는 러시아의 최고 훈장인 사도 성 안드레이 훈장을 받을 예정이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에너지 공급, 무역, 국제 정세 등 여러 주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모스크바로 출발하면서 성명을 내 “친구 푸틴 대통령과 양자 협력의 모든 측면을 검토하고 관점을 공유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모디 총리의 일정은 방대할 것이다. 우리는 매우 중요하고 본격적인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양국 관계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가 러시아에 직접 가는 건 5년 만이다. 2000년부터 이어진 양국의 연례 정상회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2021년을 끝으로 더 이어지지 않았다. 둘이 마지막으로 만난 건 2022년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다.
또한 모디 총리는 지난달 3선에 성공한 이후 첫 정상회담 상대로 푸틴 대통령을 택했다. 인도 지도자들이 부탄, 몰디브, 스리랑카 같은 이웃국을 먼저 방문하던 관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디 총리의 러시아행을 두고 인도가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을 견제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적 고립에 몰린 러시아에 중국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러시아와 경제·외교적으로 밀접한 인도로서 이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SCO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역사상 최고”라고 칭찬했다. 지난 5월엔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과 결속을 다지기도 했다. 모디 총리는 올해 SCO에 참석하지 않았다.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치에티지 바즈파이 선임연구원은 중국 및 러시아가 주도하는 장에서 인도의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는 인도가 지난해 SCO 의장국으로서 두드러지지 않은 점, 올해는 참가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명백히 드러난다”고 AP에 밝혔다. 국방·국제관계 전문가 스와스티 라오 박사는 “인도로선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연계가 깊어지는 것이 불편하다. 가장 친한 친구가 적과 동침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러시아로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난 인상을 줄 수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푸틴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모디 총리가 러시아에 가면 이는 곧 푸틴 대통령의 위상을 높이는 모양새가 된다. 그동안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러시아를 공개 비판하는 대신 평화를 강조하는 선으로 언급 수위를 조절해왔다. 러시아·유럽·아시아연구센터 테레사 팰런 연구원은 “푸틴은 자신이 중국의 속국이 아니고 선택권이 있으며 러시아가 여전히 강대국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AP에 전했다.
인도와 러시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다. 인도는 러시아에서 연간 600억달러 상당을 수입한다. 또한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인도 군사 장비의 약 60%가 러시아산이라는 추정도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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