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급 직원이 100억을?…길어지는 금감원 우리은행 횡령 검사

우리은행 횡령 검사 2주 연장
횡령 자금 흐름 추적 집중
본점 내부통제 부실 검사도 병행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전경.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의 100억원대 횡령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횡령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한편 본점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까지 집중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5일까지였던 우리은행 횡령 현장검사를 오는 19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한 지점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하자 지난달 12일 4주 일정으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현장검사 범위를 사고 발생 영업점에서 본점으로 확대했다. 검사 인력도 최초 6명에서 현재 9명으로 늘렸다.

우리은행 대리급 직원 A씨는 영업점에서 근무하며 100억원을 횡령하고 이를 가상자산 등에 투자했다. 금감원은 A씨가 거래 업체에 여분의 대출 서류를 받아둔 뒤 허위 계좌를 만들어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범죄 수법은 확인했으나 횡령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범죄에 사용된 계좌를 일일이 확인한 뒤 해당 은행을 통해 거래 내역을 조회하는 방식으로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이나 검찰처럼 영장을 발부받아 금융기관으로부터 특정 계좌 거래 내역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는 방식과 비교하면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일러스트=손민균

금감원은 A씨가 경찰에 진술한 횡령 기간 이전에도 같은 수법으로 돈을 가로챈 사실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횡령 액수가 1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또 ‘우리은행이 사전에 사고를 막을 수는 없었는가’에 초점을 맞춰 내부통제 시스템 작동 여부를 단계별로 살피고 있다. 금감원은 자금 흐름 추적과 본점 검사를 위해 검사 기간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우리은행이 횡령 사실을 발견하고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리급 영업점 직원이 100억원을 횡령할 때까지 본점에서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도 여러 의구심을 낳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A씨가 취급한 대출 내역을 모두 살펴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고 금액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