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發 탄소배출 규제 … 사업의 기회로 만들어 드려요"

함진기 글래스돔코리아 대표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과정 탄소배출량 계산
EU에 제출해야 수출가능
글래스돔의 탄소 측정기술
ISO 국제인증 통과 독보적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와 함께하면 탄소 배출 강화 규제는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 탄소 규제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유럽에서 생산되거나, 유럽으로 수출되는 배터리는 생산과 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EU에 제출해야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EU가 지정하는 인증기관의 검증이 필수다. 2026년 1월부터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행된다. 배터리 외에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등을 EU에 수출하는 기업은 해당 품목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측정해 제출해야 한다. 관련 품목을 생산하는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으로서는 EU 수출을 위해 넘어야 하는 규제가 생긴 셈이다.

함진기 글래스돔코리아 대표는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경제성 있는 비용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며 "글래스돔의 기술을 이용하면 우리 기업이 EU 진출 시 극복해야 하는 규제를 해결하며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지에서 개발자로 활동했던 김대웅 대표가 2019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한 글래스돔. 2022년에는 KAIST 원자력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HD한국조선해양 에너지 부문 연구실장으로 일하던 함 대표가 글래스돔코리아 대표로 합류했다. 글래스돔은 중소·중견기업 제조 공정의 효율화를 돕는 '디지털 전환' 전문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2022년부터 탄소에 집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탄소 배출량은 설계부터 폐기까지 제품을 기준으로 전 수명 주기 동안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해 계산한다. 여러 협력업체에서 부품을 받아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은 중소·중견기업에서 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거나, 그마저도 어려우면 가정 값이 포함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계산하곤 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EU는 이러한 계산이 오차범위가 큰 만큼 면밀한 측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 표준을 바탕으로 EU가 지정하는 인증기관의 제3자 검증을 받도록 했다.

글래스돔은 올해 초 영국 로이드인증원(LRQA)에서 제품 탄소발자국 평가에 대한 국제 표준인 'ISO 14067'을 획득했다. ISO 14067은 탄소 배출 측정에서 거쳐야 하는 검증이다. 이 표준을 획득했다는 것은 글래스돔의 기술이 탄소 배출을 측정하는 데 공신력을 인증받았음을 의미한다. 로이드인증원은 EU가 인정한 탄소 배출권 거래제(ETS·Emissions Trading Scheme) 검증 공인기관 중 하나로, 현재는 160개 이상의 국가에서 국제 표준 인증과 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함 대표는 "일반적으로 실사를 위해서는 최소 한 달 이상의 기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히 크다"며 "글래스돔이 인증기관에서 ISO 검증을 받은 만큼 우리 기술이 적용된 공장은 여러 검증 단계를 현장실사 전에 온라인으로 빠르게 해결하면서, 실사 비용을 최대 3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관련 기술을 출시했는데 벌써 롯데인프라셀, 조일알미늄, SK아이이테크놀로지, 엘앤에프 등 여러 기업이 글래스돔의 플랫폼을 적용하고 있다.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