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노벨상 '울프상'에 RSA 개발자·광유전학 권위자 수상

왼쪽부터 아디 샤미르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 연구소 교수, 노가 알론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마틴 리스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 울프재단 제공

오늘날 널리 쓰이는 'RSA 암호'를 개발한 과학자가 '미리 보는 노벨상'으로 불리는 울프상을 수상했다. 광유전학으로 시각 장애인의 시력을 회복하는 데 성공한 의학자, 빅뱅이론에 결정적 증거를 제시한 천문학자도 수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스라엘 '울프재단'은 수학, 물리학, 의학, 농업, 음악 등 부문에서 9명의 울프상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독일계 발명가인 리카르도 울프가 만든 이스라엘 울프재단은 매년 뛰어난 업적을 세운 과학자, 음악가에게 울프상을 수여한다. 지금껏 울프상 수상자 중 약 3분의 1이 노벨상을 수상해 울프상은 노벨상 수상자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언급된다. 물리학, 화학 분야에서는 노벨상 다음으로 권위 있는 상으로 인정받는다. 수학 부문에서도 필즈상, 아벨상과 함께 수학계의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여겨진다. 

올해 수학 부문에서는 아디 샤미르 이스라엘 와이즈만과학연구소 교수와 노가 알론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울프상을 받았다. 세계적인 암호학 권위자인 샤미르 교수는 이메일, 스마트폰, 신용카드 등 보안이 필요한 곳 어느 하나에도 암호가 안 쓰이는 곳이 없는 RSA 암호를 개발한 과학자 중 한 명이다. 이름 RSA에서 S는 샤미르 교수의 이름 이니셜에서 따왔다. 알론 교수는 컴퓨터 과학, 조합론 분야에서 수백 개의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공헌을 해왔다. 

물리학 수상자는 영국 유명 천체물리학자인 마틴 리스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다. 리스 교수는 빅뱅이론, 은하 중심의 거대한 블랙홀 형성과 진화, 블랙홀 주변 별의 폭발 등 연구분야에서 선구적인 기여를 했다. 방송과 강연 활동을 폭넓게 하면서 '온 더 퓨처', '과학이 우리를 구원한다면' 등 여러 권의 책을 냈고 잡지와 신문에 글을 쓰고 있다.

호세-알랭 사헬 미국 피츠버그대 및 프랑스 소르본대 교수와 보톤드 로스카 스위스 바젤 문자 및 임상 안과학 연구소 교수는 의학 부문 울프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2021년 광유전학을 통해 수십 년 만에 시각장애인 환자의 시력을 회복하게 한 연구로 큰 주목을 받았다. 광유전학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실제 효과를 본 거의 최초의 사례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