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지사 당선에도 도의원 보선 참패…"기시다 끌어내리기 확산"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본 수도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지난 7일 고이케 유리코 현 지사가 3선에 성공하면서 따로 후보를 내지 않고 고이케 지사를 지지한 집권 자민당은 '비자금 스캔들' 이후 이어진 선거 연패를 끊고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자민당에 대한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진 도쿄도 의회 도의원 보궐선거에서는 자민당 후보 8명 중 6명이 패배하면서 민심 이반이 그대로 드러나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기시다 후미오 총리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언론들은 8일 자민당이 전날 지사 선거와 함께 치러진 도쿄 도의원 보궐 선거 결과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 결과가 이미 지지율이 낮은 기시다 총리의 구심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히라사와 가쓰에이 전 부흥상은 교도통신에 "대참패"라면서 "당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변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패배 영향이 중의원(하원) 선거에 직결될 것이 틀림없다"면서 "이러다 정권 교체까지 갈 것"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에 우려를 표했다.
자민당은 이번 보선에서 후보로 추천한 8명 중 2명만 당선됐다.
자민당에서는 4석을 승패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는데 결과는 이타바시구와 후추시 단 2곳 승리였다.
특히 비자금 스캔들 때문에 당 직무 정지 징계를 받은 하기우다 고이치 전 정무조사회장 지역구인 하치오지시에서 패배하는 등 비자금 스캔들 이후 자민당에 대한 차가운 민심이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자민당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로 이미 퇴진 위기 수준인 10∼20% 지지율을 기록 중인 기시다 총리가 타격을 입으면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연임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자민당으로서는 고이케 지사 개인의 8년 도정 평가를 묻는 도쿄도 지사 선거 이상으로 자민당 간판을 걸고 싸우는 도의원 보궐선거 결과가 중요했다.
일본에서 중의원 선거는 이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가을까지 치러질 예정이라 이번 도쿄 도의원 보궐 선거는 향후 중의원 선거 향방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지난 4월 치러진 중의원 보궐 선거 3곳에서 전패한 데 이어 5월에 진행된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에서도 패배하는 등 비자금 스캔들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해 왔다.
아사히신문은 전날 선거 결과에 대해 "고이케 지사 압승은 철저히 '자민당 숨기기'로 가능했던 것으로 동시에 치러진 도의원 보궐선거에서 2승 6패의 참패로 당내에서 '기시다 끌어내리기'가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자민당은 고이케 지사를 지지하기는 했지만,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반발을 우려해 당 간부가 지원 유세에도 나서지 못했으며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의 공식 후보도 아니었다.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NHK에 "고이케 지사의 승리가 자민당의 승리는 아니다"라며 "자민당에 대한 비판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기시다 총리 사퇴나 총재 선거 불출마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사사가와 히로요시 자민당 중의원 의원은 전날 마에바시시에서 열린 당 행사에 참석해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해 "조직 수장이 매듭을 짓지 않으면 당 재생의 첫걸음을 뗄 수 없다"면서 "어떤 조직이라도 불상사가 있으면 반드시 수장이 책임을 진다"며 기시다 총리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수도권을 선거구로 둔 한 중견 의원은 아사히에 "이대로라면 나도 다음에 절대 낙선한다"면서 "총재 선거까지 '기시다 끌어내리기'는 반드시 일어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일부 의원들은 기시다 총리 퇴진을 요구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 만큼 기시다 총리가 9월 자민당 총재에 불출마하면 총리 자리도 내놓게 된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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