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아파트 경매에 36명 몰렸다···‘훈풍’ 부는 서울 경매 시장

경매로 나온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쌍용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0일 열린 1차 매각기일에서 감정가(11억4400만원)보다 높은 14억179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에 참여한 사람만 36명에 달했다.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도 현재 이 아파트(고층) 시세(16억5000만원)보다는 싸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면적 84㎡ 역시 지난달 감정가의 110%(46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수 차례 유찰을 거듭하다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됐던 지난해 말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경. 위키커먼스.

얼어붙었던 서울 경매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과 최근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맞물리며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간한 ‘6월 경매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2.9%로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낙찰률(경매건수 대비 낙찰건수)도 47.2%로 지난해 동월(28.3%) 대비 18.9%포인트나 올랐다. 2022년 11월 14%대까지 떨어졌던 낙찰률은 올해 4월부터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강남권 이외 지역에서도 감정가(100%)를 넘겨 낙찰되는 사례가 늘면서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동반 상승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치구 별로는 용산구(103.3%), 성동구(102.2%), 강남구(101.0%) 순으로 낙찰가율이 높았다. 도봉구(81.7%), 강북구(82.3%) 등 서울 외곽 지역 낙찰가율도 전달에 비해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도봉·강북구 낙찰가율이 한때 60~70%까지 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많이 회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아파트 낙찰가율도 지난달(86.4%)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87.3%를 기록하며 5개월 연속 85%선을 웃돌았다. 특히 하남·광명시 등 서울 인접 지역 중심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및 낙찰률 추이. 지지옥션 제공

반면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은 78.6%로 지난달(82.5%)보다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낙찰률 역시 29.8%에 그치며 지난달(38.9%)보다 9.1%포인트 하락했다. 미추홀구 내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낙찰가율이 대부분 60%를 밑돌면서 전체 낙찰가률과 낙찰률의 동반 하락을 이끌었다. 5대 광역시 중 울산(84.7%), 광주(84.0%)의 낙찰가율이 상승한 반면 대구(84.5%), 대전(86.1%), 부산(78.1%)은 떨어졌다. 전국 낙찰가율은 86.7%를 기록하며 2022년 7월(90.6%) 이후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의 ‘선행지표’인 경매시장 상승에는 향후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한국은행의 ‘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지난해 10월(10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1년 후 주택가격이 지금보다 상승할 것이라 예상한 이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경매시장은 투자자들이 많고 가격 변화에 민감한 시장”이라며 “최근 호가 상승 기류를 고려하면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도 매매시장의 최저가라는 인식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