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역동경제 로드맵, 내재된 역동성에 주목하라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7월 3일 기획재정부는 “3대 분야에 대한 10대 과제를 담은 역동경제 로드맵은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분야별 내재한 역동성이 최대한 발현되도록 정책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역동경제 로드맵은 단기대응과 함께 구조개혁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제고하고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역동경제는 내재된 역동성이 최대한 발현되도록 제도와 정책이 설계된 경제를 말한다.
역동경제 로드맵의 추진 배경에는 ‘한강의 기적’이 있다. 정부는 과거 대한민국에는 성공 스토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의 폐허에서 유례없는 고속성장을 통해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했고 고도성장에 따른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4대 보험 등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소득 불평등도 양호한 편이었다.
다만 정부는 1990년 이후 잠재성장률이 빠른 속도로 둔화되면서 현재 2%대 초반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성장률은 조만간 1%대에 진입하고 2035년 이후에는 0%대로 하락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1%대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봤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악화되던 소득분배는 사회안전망 강화, 고용률 상승 등으로 2010년대 이후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 부족, 부의 대물림 등에 따른 소득·자산격차 확대 등으로 계층이동 가능성 인식이 약화됐다. 정부는 대대적 구조개혁 없이는 1%대 저성장 고착화와 사회이동성의 지속적인 약화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고 지금이야말로 성장과 사회이동성이 선순환하는 역동경제 구현을 통해 국민 삶의 질 개선 및 경제의 지속가능성 강화에 힘써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역동경제 로드맵은 ‘혁신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이동성 개선’ 등 3대 축으로 이뤄진다. 세 가지 축에 따라 ▲생산성 높은 경제시스템 구축 ▲생산요소 활용도 제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균등한 기회 ▲정당한 보상 ▲능동적 상생 ▲가계소득·자산 확충 ▲핵심 생계비 경감 ▲교육시스템 혁신 ▲약자보호·재기지원 강화 등 10대 과제로 세분화했다.
1. 생산성 높은 경제시스템 구축
그간 우리 경제는 노동·자본 등 자원 투입 중심의 성장구조였으나 인구감소 가속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추세다. 정부는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투자여력이 약화되면서 요소투입 중심 성장이 한계 상황을 맞았고 이것이 경제시스템의 생산성 향상을 지속적으로 둔화시킨다고 진단했다. 또 기업의 성장 정체와 중소기업·서비스업의 저생산성 등이 경제시스템 전반의 생산성을 낮추고 디지털 전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성장사다리를 구축하고 서비스 신산업 3대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인공지능(AI)·반도체, 양자, 바이오에 집중 투자한다. 벤처투자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민간투자 촉진 및 대·중견기업과의 협력 확대 등을 통해 벤처기업의 스케일업 지원도 강화한다.
2. 생산요소 활용도 제고
성장 기여도를 지속적으로 하락시키는 원인을 자본시장 선진화 지연, 수도권 집중과 비효율적 토지이용규제, 저출산 등 3대 생산요소로 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요소의 질적 고도화와 유휴부문 활용도 제고 등에 주력한다.
기업 밸류업, 민간 모험자본 유입 등 자본시장 선진화에 힘쓰고 국토 이용체제 및 기업투자유치제도 개편 방안도 마련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첨단인재 양성, 첨단분야 우수인재 특별비자 등 외국인재 유치·활용 전략을 마련했다. 밸류업 우수기업 표창,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등 시장의 평가와 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며 주식 장기보유 활성화, 상속세·지배구조 선진화 등 보완 방안도 지속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다.
3.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정부는 수출시장, 원자재 확보 등 주요국 간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이 분절화·재편되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것이 우리 경제의 리스크를 확대시킨다고 짚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태평양 본부 이전을 위한 신규 후보지를 물색하는 분위기라는 점을 포착한 정부는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으로 성장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공고히 할 예정이다.
자유무역협정(FTA) 1위 국가 달성과 공급망 안정화, 글로벌 아·태지역 본부 유치를 위한 맞춤형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은 물론 공급망 안정화위원회를 가동해 공급망 안정화 기본계획 수립 및 부처별 시행계획도 마련한다. 향후 싱가포르나 홍콩에 버금가는 아·태 비즈니스 3대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글로벌 아·태지역본부 유치를 위한 맞춤형 전략’을 마련하고 용산 국제업무지구의 효율적 개발 및 기업유치 등을 위한 기술용역도 수행한다.
4. 균등한 기회
역동적이고 공정한 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기회의 균등이 핵심 요소다. 그간 정부의 규제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규제가 산재해 있는 것이 현실이고 스타트업 등 신규 사업자가 체감하는 규제강도도 여전히 높다. 시장 내의 경쟁을 저해하는 불공정행위와 제도, 관행도 지속적으로 존재한다.
정부는 경쟁제한적 규제, 불공정 행위 등이 혁신을 제약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권익까지 침해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분야 진입과 경쟁제한적 규제 실태조사를 통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불공정거래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과 제도 개선 및 지원체계를 확충하고 부당광고에 대한 감시와 제제도 내실화해 합리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5. 정당한 보상
정부는 임금체계의 합리적인 개선도 시급하다고 봤다. 현재 노동자들의 호봉제 도입비율은 하락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근속연수에 따른 큰 임금 격차 및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영세 소규모 사업장 종사자나 플랫폼 종사자 등 노동약자의 권익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법령체계는 개선이 시급하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 미흡한 것도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과 계속고용 로드맵을 마련했다. 공공부문이 직무급 도입을 확대해 개선을 선도하고 민간기업에까지 확산되도록 지원 인프라를 강화할 방침이다. 중소·중견기업의 임금체계 구축을 통합 지원하기 위한 원스톱 지원체계도 마련된다.
노동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근로자 생활안정 지원 강화, 민형사상 소송 원트랙(One-Track) 해결을 위한 노동법 도입 방안도 검토한다. 이밖에 선진국 수준의 일·생활 균형 방안을 마련, 휴일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월 2회 등 다양한 급여지급체계도 검토한다. 아울러 기업의 유연근무와 육아지원제도 활용 등 일·생활 균형 평가지표 마련을 토대로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6. 능동적 상생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제도화 움직임 등 기업에 단순 이윤추구 이상의 역할과 책임 이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동반성장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생태계 조성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기업들 스스로도 글로벌 고객사 요구 및 친환경 소비 트렌드 등으로 ESG 경영의 중요성은 인식하지만 수준은 높지 않다고 평가하는 실정이다. 기부 경험자의 비중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업 간 상생협력, 자발적 기부 등 상생의 사회자본이 취약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경제주체의 자발적인 사회적 책임 강화 및 사회자본 확충을 위해 제도를 개선한다. ‘민관합동 ESG 정책 협의회’ 등을 통해 관련 제도 및 개선사항을 발굴해 추진한다.
아울러 일상 속 기부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기부의 날, 기부 주간을 활용해 기부자 예우를 위한 ‘착한 기부자상’을 시상하고 나눔사례 확산이나 정보공개 활성화 등 기부문화 활성화에 현저한 공로가 있는 기부금단체에는 포상을 수여한다.
7. 가계소득·자산 확충
우리나라의 15~6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청년·여성(30~4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다. 대학 재학과 취업준비기간이 장기화되면서 20대 중후반에 첫 직장에 취업하고 평균 첫 직장 근속기간은 1년 7개월 수준이다. 여성의 경우 돌봄인력의 부족, 남성 육아지원제도 활용 미흡 등으로 경력단절이 일어난다. 중고령층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50대 초반 퇴직, 전직 준비 부족 등으로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정부는 청년, 여성, 중고령을 대상으로 방안을 마련했다. 취업애로청년이 노동시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청년고용올케어플랫폼’을 구축해 맞춤형 취업·컨설팅 정보를 제공한다. 여성을 위해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및 체류외국인 가사돌봄 등 시범사업 운영을, 중고령층을 위해서는 계속고용 로드맵, 중장년 전직 및 재취업 활성화 방안과 함께 준비된 퇴직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8. 핵심 생계비 경감
인구구조 변화, 기후 변화 등 구조적 요인이 먹거리, 주거, 의료 등 서민 생계비를 전반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먹거리 비용을 안정화하기 위해 농업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해외 공급 등을 통한 수급 안정기반을 강화한다. 공동영농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영농형태를 운영하고 농식품 수출 촉진 등을 통해 농업 스케일업을 추진한다.
안정적인 주거를 위해서는 일반주택 및 특화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부동산 개발방식 선진화에 힘쓴다. 2027년까지 주택공급 확산을 위해 270만 호 로드맵을 이행하고 3기 신도시 등 착공 관리에 착수, 신속한 준공과 입주를 지원할 방침이다.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을 통한 도심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마련해 2035년까지 최대 5만 호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료 부분은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중증환자 전담병실을 도입하고 간호인력 배치를 확대한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비급여·실손보험 제도 개선안도 마련한다.
9. 교육시스템 혁신
높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고교, 대학, 평생교육 등 교육을 통한 양질의 인적자원 양성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혁신을 통해 인적자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및 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
먼저 대학의 자발적인 구조개혁을 위해 ‘(가칭)사립대학 구조개선법’ 제정을 추진한다. 대학 자율성 제고 등을 위해 주요 규제를 완화하고 대학 간 통합·연합이나 대학·산업체·연구기관 협업 등 혁신적 시도를 가로막는 규제에 대한 패키지 개혁도 진행된다. 직업계고 성장사다리 강화를 포함한 ‘2차 사회이동성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교원 역량도 강화한다. 영유아 교육·보육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한 영유아 유보통합, 초등 늘봄학교 단계적 추진 등 공교육 경쟁력 강화와 함께 교육비 부담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평생직업교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평생교육·직업훈련 연계 생애 전주기 인적자원개발 체계 구축을 위한 용역 착수에도 들어간다.
10. 약자보호·재기지원 강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부채가 급증했고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도 가중됐다. 빈곤 사각지대는 여전하고 사회서비스의 양과 질이 모두 부족하다. 생계급여 선정기준 완화 등 저소득층 지원을 지속해왔으나 공공사회지출 비중은 여전히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약자복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근로유인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빈곤층의 최저생활 보장 강화를 위해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의 32%에서 3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한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소득기반 고용보험체계로 전환하고 반복수급 제한 등 노동시장 참여 촉진을 위한 고용보험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소상공인의 재기를 위한 시스템도 갖췄다. 금융지원 3종 세트와 임대료, 전기, 인건비 등 주요 비용의 부담 완화를 추진하고 신속한 매출정산 지원 및 국내 소비·관광 촉진을 위해 온누리상품권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친다.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확대와 함께 소상공인 취업·재창업 지원을 위한 ‘소상공인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임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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