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모든 전공의 행정처분 '철회'…9월 수련 재응시 '특혜'(종합)

전문의 시험 추가도 검토…"형평성 비판 각오한 결정"
수련병원에 15일까지 전공의 사직처리 완료 요청

8일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관련 게시물이 게시돼 있다. 2024.7.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기자 = 정부가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현장을 떠난 모든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사직 후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들을 위해 9월 수련에 재응시할 수 있도록 '수련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열고 "지난 금요일 전공의 수련정책과 제도를 논의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전공의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하반기에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특례를 인정해달라는 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했다"며 "수련 현장의 건의 사항과 의료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늘부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정확히 말하면 행정처분의 철회"라면서 "6월 4일 행정명령을 철회했는데 3일까지 행해진 정부의 행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부가 나중에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은데 모든 전공의에 대해 향후에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장관은 "행정명령은 법에 따라 정당하게 이뤄진 조치이기 때문에 취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남아 있는 전공의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행정명령 철회에도 불구하고 복귀 또는 사직하는 전공의가 많지 않아서 의료공백이 지속되기 때문에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의료계나 환자단체에서도 전공의의 조귀 복귀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해 정부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는 그동안 주 80시간에 이르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많은 고생을 했고 아직 수련생 신분이라는 점을 또 감안했다"며 "앞으로 정부가 구축하려고 하는 필수의료를 책임질 젊은 의사라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비판을 각오하고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복귀한 전공의와 사직 후 올해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 특례를 적용할 방침이다.

조 장관은 "수련 공백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문의 자격취득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각 연차별, 복귀시기별 상황에 맞춰 수련 특례를 마련하겠다"며 "이는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될 수 있도록 수련체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다는 판단 하에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한 특례를 제공해서 제때 진로 진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할 예정"이라며 "지금 규정이 사직 후 1년 내에는 수련과정에 복귀를 할 수 없게 되는데 그 조항을 완화해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9월 전공의 모집은 예년과 같이 일부 과목에 한정하지 않고 결원이 생긴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각 수련 병원은 7월 22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7월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을 확정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7.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정부는 이에 따라 전문의 시험도 추가로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문의 시험, 추가 시험 등을 포함해 관련 규정에 대해 의견을 추가로 받아서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논의를 거쳐 세부적으로 구체화해 말씀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정부는 전공의들이 9월 복귀하는 경우 발생하게 될 입영 문제에 대해 국방부, 병무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내년 공중보건의, 군의관 확보 차질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며 "오히려 9월에 복귀하는 경우에 군대의 입영 문제를 연기하는 부분에 대해서 국방부와 병무청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이번 특례 적용으로 지방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오는 길을 열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특별히 지방 전공의가 서울로 올 수 있게끔 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조 장관은 "지방과 수도권의 전공의 배정을 6년 만에 처음으로 6:4에서 5.5:4.5로 해서 올해 전공의 인원을 배정을 했고, 내년도에는 5:5 수준까지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전공의 여러분이 더 나은 여건에서 양질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을 대폭 개선하겠다"며 △시범사업을 통한 전공의 근무시간 단계적 단축 △'교육담당 지도전문의' 등 교수 요원 지정 및 확대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등 다양한 경험 쌓을 수 있는 전공의 네트워크 수련체계 도입 등을 약속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에게 체계적이고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확실하게 투자하겠다"며 "올해 안으로 '전공의 수련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교육 인프라 확충 등에 대한 국가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공의 여러분이 의료계와 함께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한다면, 2026학년도 이후의 추계방안에 대해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 장관은 "이런 조치에도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았을 경우 추가 대책이 나오느냐"는 질문에 "예단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한 만큼 진정성을 믿고 빨리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윤순 실장은 "특례까지 해서 완화하는 조치를 했음에도 미복귀하게 되면 전공의 여러분들 개인적으로도 큰 피해가 올 수 있어 큰 걱정"이라며 "정부가 전공의를 갈라치기한다고 하는데 그런 개념은 절대 아니고 9월에도 응시하지 않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도 늦어지게 되니 고민을 많이 해달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