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치는 입찰... 찝찝한 그들만의 리그 [시흥시 청소대행 이대론 안된다上]
시흥시가 지난 수십년간 청소대행업을 공개경쟁 입찰방식이 아닌 제한경쟁 입찰방식을 채택해 운영하면서 특정 업체들만의 독과점 체제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 지정된 업체들끼리 카르텔을 형성,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도급비 낙찰률이 100%에 가깝다. 사전 담합이 아니면 불가능한 낙찰률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근 들어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공개경쟁 입찰방식이나 일반용역 적격심사 세부기준 개정 권고를 주문하면서 상당수 지자체가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경기일보는 3회에 걸쳐 시흥시 청소대행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공개경쟁 입찰방식 도입의 필요성을 제언한다. 편집자주
수십년간 업체들끼리 카르텔 형성, 청소도급비는 눈 먼 돈, 입찰은 ‘짜고 치는 고스톱’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 등을 처리하는 시흥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이하 대행업체)들이 길게는 32년에서 짧게는 25년간 독과점 체제로 운영되면서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8일 시에 따르면 1992년 대행업체 두 곳이 면허를 허가 받아 생활쓰레기를 처리하기 시작한 이후 1998년 세 곳, 지난 1999년 여섯 곳 등이 면허를 받아 현재까지 총 11곳이 각각의 사업구역을 맡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을 대행 중이다.
이들 11곳 업체가 ‘제한경쟁 입찰’을 통해 매년 대행사업비(도급비) 입찰에 참여하고 있지만 도급비 낙찰률이 지난 5년간 최대 99.647%, 최저 96.529% 등으로 100%에 가깝다. 참여 업체들 간 사전 담합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제한경쟁 입찰, 즉 입찰 참가 자격을 갖춘 11곳만 입찰에 참여하면서 담합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는 폐기물관리법 제14조에 의거해 대행업체 11곳이 참여토록 사업구역을 11곳으로 나누고 주민만족도, 평가단 현장평가, 실적서류평가, 용역 결과 등에 따라 순위를 매겨 1그룹(1~3위), 2그룹(4~6위), 3그룹(7~10위), 4그룹(11위) 등 4개 그룹으로 나누고 그룹별로 입찰을 진행 중이다.
시는 평가가 우수한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차원에서 1그룹부터 우선적으로 사업구역 11곳 중 입지가 좋은 세 곳에 대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그룹은 1그룹이 입찰하는 세 곳 사업구역에 대해 응찰할 수 없도록 했다.
예를 들어 1그룹 업체 세 곳이 구역 세 곳에 대해 한 구역을 지정 입찰할 경우 A업체가 높게 쓰고 나머지 두 업체(B업체, C업체)가 낮게 써 A업체가 낙찰받는 구조이다. 나머지 구역 두 곳에 대해서도 업체 세 곳만 참여해 입찰하게 되고 각각 한 곳씩 낙찰을 받게 되기 때문에 업체 세 곳이 얼마든지 사전 담합이 가능하다.
각각의 그룹에 속한 업체들끼리 대행 사업비 입찰 전 얼마든지 사전 담합을 통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낙찰률이 100% 가까운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5년간 시흥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 사업비는 ▲2019년 258억원 ▲2020년 309억원 ▲2021년 423억원 ▲2022년 450억원 ▲2023년 485억원 등이다. 지난 2011년 택지개발에 따라 사업구역이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해마다 수십억원씩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 5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안돈의 시흥시의회 도시환경위원장은 “시장경제 질서에 부합하는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은 물론이고 예산도 절감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수십년간 독점해 온 업체들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 반드시 공개경쟁 입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체 관계자는 “정상적 절차를 밟아 운영했다. 담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개별 업체들 간 담합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는 확인할 수 없다”며 “업체들과의 계약은 매년 원가계산 용역을 통해 산정된 적정 금액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형수 기자 vodo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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