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 극우 1당 저지 선봉장 멜랑숑…좌파 이단아서 주류로 ‘우뚝’
선명좌파로 지지층 결집…극우 3위로 밀어내
7일 극우 국민연합(RN)이 예상 밖으로 3위로 밀려나는 결과가 나온 프랑스 총선에서 최대 승자는 장뤼크 멜랑숑(72)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전 대표다.
그가 이번 총선에서 1위를 한 좌파연합 ‘신인민전선’(NFP) 중 최대 정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실질적 지도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멜랑숑은 이번 총선에서 최대 이슈였던 극우 국민연합의 1당 등극을 막는 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 멜랑숑은 좌파 연합을 꾸릴 때는 막후로 물러나고, 전면에서는 국민연합 저지를 위해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불러모으는 데 앞장섰다. 멜랑숑은 ‘주변부 이단아’, 혹은 ‘급진 불량배’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프랑스 정계를 좌우할 유력한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스페인계 아버지와 스페인 및 이탈리아 시칠리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멜랑숑은 10살 때까지 모로코 탕헤르에서 성장했다. 다문화적인 중하류층 성장 배경은 좌파 이념의 바탕이었다. 교사로 사회에 진출한 그는 1976년 사회당에 입당했다. 1983년 마시의 시의원으로 선출된 뒤 1986년부터 2004년까지 상원의원으로 3선을 하면서, 당시 공화국연합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 동거정부에서 교육부 차관으로 재직했다.
트로츠키주의자이며 사회당 내 좌파인 그는 2008년 좌파당을 창당하면서 프랑스 현대 급진좌파의 원조가 됐다. 이후 멜랑숑은 좌파전선(2009년), 신생태사회인민연합(2022년, NUPES), 신인민전선(2024년)으로 이어지는 좌파연합을 주도했다. 그의 좌파당은 2016년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로 재편됐다. 그는 2012년부터 대선에 출마했으며, 2022년 대선 때는 득표율이 3위(21.9%)까지 올라갔다. 결선투표에 올라간 2위인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에게는 불과 1%대 포인트 뒤지는 성적이었다. 2022년 총선에서 그가 주도한 신생태사회인민연합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끈 선거연합인 앙상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의 부상은 극우가 득세하고 기존 좌파가 중도화되는 프랑스 정치계에서 좌파 가치에 충실한 선명한 이념성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타고난 웅변가이자 토론가인 그는 노동권 신장, 복지 확대, 부의 재분배 등과 관련한 급진적인 공약을 제시해왔다. 연 36만유로(5억4000만원) 이상의 수입에는 100% 소득세 부과, 의료보험비 전액 국가부담, 이민법 완화, 의회 권력 강화, 여성의 임시중지권 보장, 대마초 자유화 등을 내걸었다. 대외 정책에서는 유럽연합 조약 재협상,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탈퇴를 주장했다. 유럽연합은 소득불평등을 야기하는 세계화의 도구, 나토는 서방의 대외 군사개입의 도구라고 비판했다.
급진적 공약에 더한 비타협적이고 논쟁적인 태도는 자신이 주도한 좌파연합을 분열시키는 최대 요인으로 지목받아 왔다. 신생태사회인민연합의 해체는 멜랑숑이 부인을 때린 측근을 비호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 가자 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비판 거부 등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총선에서 연금수령 연령 인하 등의 공약을 ‘목표’로만 설정하는 등 신인민전선 결성을 위해 좌파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는 데 역할을 했고, 자신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선전선동력으로 반극우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공약을 실천할 수 없는 정부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원칙을 지키면서도 선거연합 구성에 도움을 줬다. 총선 이후 자신들이 총리를 맡지 않는다면,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멜랑숑과는 연정을 하지 않겠다는 마크롱의 집권당 등도 멜랑숑과의 반극우 ‘공화 전선’에는 부담없이 참여했다.
이제 멜랑숑에게 다시 공이 넘어왔다. 멜랑숑은 선거결과가 발표된 뒤 마크롱 대통령에게 신인민전선에 즉각 정부 구성 권한을 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신인민전선에서 중도좌파 지도자인 라파엘 글뤽스만은 “어른답게” 행동하자며 “우리가 앞섰으나, 분열된 의회가 됐다. 얘기하고, 토론하고, 대화해야만 한다”고 멜랑숑과 대립각을 세웠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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