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휴전협상 ‘청신호’ 켜진 와중 ‘전투 재개 보장’ 요구···“네타냐후, 또 협상 방해”

선명수 기자 2024. 7. 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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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전쟁 발발 9개월을 맞은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전쟁 중단과 인질들의 조속한 귀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주도하고 유엔이 지지한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을 둘러싼 협상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휴전 중 전투 재개 보장’이라는 새로운 요구 조건을 내걸며 휴전 논의가 또다시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강하게 반대해온 ‘종전 보장’ 요구를 철회하면서 교착 상태에 있던 휴전 논의가 다시 본격화됐는데, 어렵게 되살린 협상 불씨가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결정적 순간에 휴전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 협상을 위한 원칙’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협상과 관련한 이스라엘의 요구 조건 4개항을 발표했다.

요구 사항에는 하마스 제거와 인질 귀환이라는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이스라엘군의 전투 재개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휴전 기간 인질들이 석방되면 이스라엘군이 전투를 재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하마스 측 요구사항을 거부한 것이다.

앞서 최근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강하게 거부해온 ‘종전 약속’ 요구는 철회했지만, 6주간의 휴전 첫 단계가 시작되면 종전을 위한 협상을 계속할 것과 협상 기간 이스라엘군이 전투를 재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국제사회의 서면 보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는 휴전 기간 인질들이 모두 석방된 후 이스라엘이 전쟁을 재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밖에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기간 하마스가 가자지구·이집트 국경을 통한 무기 밀수를 중단할 것과, 하마스 무장세력 수천여명의 가자지구 북부 귀환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추가 조건도 내걸었다.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중 생환자를 최대한 늘릴 것도 요구했다.

하마스의 ‘종전 보장’ 요구 철회로 휴전 협상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가 수용하기 힘든 새 휴전 조건을 내건 것을 두고 협상을 사실상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레츠는 협상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같은 새 요구사항으로 인해 협상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며, 하마스가 이를 수용할지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네타냐후 총리가 양보할 수 없는 협상의 ‘레드라인’을 발표한 것이 휴전 협상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안보 소식통은 이번 발표가 네타냐후 총리의 일방적인 의견이며,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단의 입장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협상의 결정적 순간에 와 있고 인질들의 목숨이 이 협상에 달려 있는데 왜 총리는 그런 조롱 섞인 발표를 하는 것인가. 이게 협상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라고 따져 물었다.

인질 가족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휴전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립정부 내 극우 인사들로부터 휴전에 합의할 경우 연정을 붕괴시키겠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전쟁 발발 9개월을 맞은 이날 인질 가족들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가 전국 주요 고속도로를 봉쇄하며 인질 석방 및 휴전,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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