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지켜" 장 볼 때 최저가만 담다 보니…이 제품들 불티났다
NB 제품보다 20~30% 저렴...유통사 마진율도 높아
고물가에 가성비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대형 유통사들이 판매하는 PB(자체 브랜드) 상품 매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사의 PB 상품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상승했다.
이마트 PB '노브랜드' 제품은 올해 상반기 매출 신장률이 약 5%로 집계됐다. 지난해 노브랜드 매출(1조3800억원)을 고려하면 상반기에만 7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노브랜드 출시 첫해 매출(230억원)과 비교하면 8년 만에 매출 규모가 60배 커졌다.
올해 상반기 노브랜드 매출 상위 상품은 굿모닝 굿밀크, 미네랄 워터, 우리 쌀밥 한공기, 국산콩 콩나물, 냉동 삼겹살 바로구이 등 필수 식재료가 차지했다. 이들 제품은 NB 상품 대비 가격이 20% 가량 저렴하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의 PB 브랜드 'T-스탠다드'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약 13% 증가했다. 2020년 하반기 첫선을 보인 T-스탠다드는 트레이더스의 대량매입, 저마진 역량을 집중해 '가성비의 끝판왕'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T-스탠다드 대표 상품인 마이워터 생수, 마이밀크 우유, 냉동딸기 등은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20~30% 싸다. 트레이더스는 현재 120종의 T-스탠다드 상품을 판매 중인데 물, 우유, 세제, 햄, 어묵, 과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성 브랜드를 제치고 점포별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밖에도 이마트의 일렉트로맨 산들바람 표준형 선풍기(5만9800원) 노브랜드 표준형 선풍기(3만9800원) 등 PB 소형 가전 제품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인기를 얻었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준비한 5만대의 기획 물량 중 현재 약 75%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의 '물가안정 365' 분야 PB 상품 중 스낵류는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약 10% 성장했다. 글로벌 소싱 상품을 비롯해 저단가, 소용량 상품 수요가 늘어났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PB 제품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소싱 상품군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상품 개발도 주력한다. 올해 1월 선보인 '코코라치즈 쿠키'는 열흘 만에 5만개가 팔렸고, 5월 출시한 '마늘 바게트/카라멜 러스크'는 한 달 만에 17만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1L에 9990원에 선보인 '홈플러스시그니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도 준비한 5만병의 물량 중 80% 이상이 소진됐다.
롯데마트의 올해 상반기 PB 상품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약 5% 증가했다. 외식물가 상승으로 저렴한 간편식류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특히 유명 맛집과 콜라보한 RMR(레스토랑 간편식) 상품인 '요리하다 대한곱창 소곱창전골', 요리하다 송탄식 부대찌개' 등이 인기를 끌었다.
또 기존 PB 물티슈의 단점을 개선해 수분 함유량을 늘린 '오늘좋은 물티슈(120매)'와 NB 제품보다 40% 이상 저렴한 가성비를 갖춘 '오늘좋은 더 도톰한 물티슈(100매)' 등 주요 생활용품 매출액도 전년보다 대폭 증가했다.
편의점 CU는 올해 상반기 PB 상품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3% 이상 늘어났다. 올해 1월 1리터에 2100원에 선보인 폴란드 멸균우유는 초도 물량 15만개가 3주 만에 완판됐다. 장마철을 앞두고 중국에서 들여온 55cm 비닐우산도 업계 최저가인 5000원대에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GS25에서 판매 중인 PB 브랜드 '리얼프라이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170억원을 넘어섰다. 리얼신선계란15입(4800원) △리얼스모크훈제닭다리(2800원) △리얼건오징어두마리(9800원) △리얼천연펄프화장지24롤(1만1700원) 등이 인기 상품이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상반기 PB 상품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5% 신장했다. 지난해 오뚜기와 협업해 출시한 PB 제품인 '대파열라면'은 2주 만에 세븐일레븐 컵라면 매출 1위에 오른 뒤 인기가 지속됐다. 지난해 9월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인 야구, 농구, 배구 등 인기 스포츠 포토카드 7종은 현재까지 총 550만팩 이상 판매돼 PB 상품의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업계에선 유통사들이 꾸준히 PB 상품 품질을 개선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이 최근 고물가 국면에서 가성비 제품으로 주목받게 된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PB가 NB보다 판매 마진율이 높기 때문에 대형 유통사들이 앞으로 PB 매출 비중을 더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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