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살 거잖아" 배짱 부리더니…'할인 경쟁' 나선 美소비재기업

양지윤 2024. 7. 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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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물가 상승에 제품 값 인상으로 대응해왔던 미국 소비재 기업들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소비 침체로 할인 행사에 적극 뛰어들면서 가격 통제권을 잃어가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미국 내 대형 식품과 포장재 기업들은 가격 인상 여력이 줄어들면서 고물가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동시에 매출 성장이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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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장기화에 수년 간 가격 인상 일단락
할인행사 제품 비중, 코로나 이전보다 3.5%p↑
"올해 미국 저소득층 소비자 어려운 해"
고물가 장기화에 소비재기업들, 가격 인상 여력 고갈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물가 상승에 제품 값 인상으로 대응해왔던 미국 소비재 기업들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소비 침체로 할인 행사에 적극 뛰어들면서 가격 통제권을 잃어가고 있어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슈퍼마켓에서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미국 내 대형 식품과 포장재 기업들은 가격 인상 여력이 줄어들면서 고물가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동시에 매출 성장이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년간 제품 가격을 끊임없이 올려왔던 이들 기업들은 이제 할인, 쿠폰 지급 등을 하고, 매장 진열대 중앙에 상품을 배치하는 데 지출을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최근 1년간 할인 행사 등으로 판매된 제품 비중이 28.6%로, 3년 전 25.1%에 견줘 3.5%포인트 증가했다.

치리오스 등 시리얼로 유명한 제너럴 밀스는 올 들어 할인 쿠폰 관련 비용을 20% 더 많이 지출하고 있다.

리츠 크래커와 토블론 초콜릿 제조사인 몬델레즈는 대형 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경쟁에 맞서기 위해 칩스 아호이 쿠키 대용량 제품의 가격을 4달러 이하로 인하하고 있다.

루카 자라멜라 몬델레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업계 콘퍼런스에서 “올해는 특히 미국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어려운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며 저가 제품을 선보인 배경을 설명했다.

소비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2를 차지해 경기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지난 1분기 미 GDP 증가율(확정치)는 1.4%(직전 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2분기(-0.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개인소비 증가가 1.5%로 직전 분기(3.3%)에 견줘 크게 둔화한 탓이다.

올해 8% 이상 오르며 미 주가지수 신기록 경신을 이끌었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의 소비재 관련주들도 더이상 상승 곡선을 그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전략가는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 구체적으로 관련 주식과 경제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짚었다.

소비자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소매업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약국 체인 월그린스는 지난주 소비자들이 까다로워졌다고 경고하며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타깃 마케팅과 가격 조정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월그린스는 올해만 주가가 무려 57% 급락했다.

북미 지역 매출이 감소한 나이키는 100달러 이하 신발을 출시할 계획이다. 고물가 장기화로 벨류 컨슈머(가치 소비자, 감성과 가격을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가 받는 소비 압박감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카먼 앨리슨 닐슨IQ 부사장은 “업체들의 가격 인상 여력이 다소 고갈되면서 미국 매장에서 할인이나 광고 등의 행사에 포함된 품목 수가 작년보다 6.3%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들은 지갑으로 투표하고 있다”며 “가격을 공격적으로 올리면 소비자들은 브랜드나 매장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재 전반에서 가격 하락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안드레 슐텐 프록터앤드갬블(P&G) CFO는 “소비자들은 생리대나 기저귀 등의 경우 신뢰할 수 있는 유명 브랜드에서 인지도가 낮은 대체품으로 갈아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구매 실패로 인한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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