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극우 승리 저지 1등 공신은 ‘공화당 전선’…시민들 ‘안도’

정미하 기자 2024. 7. 8. 15: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좌파 연합이 극우를 이길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수백 명의 사람들이 프랑스 파리 거리에 모여 환호성을 질렸다.” (미국 CNN), “프랑스 중도 및 좌파 유권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영국 가디언).

7일(현지 시각) 치러진 프랑스 총선 2차 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전체 하원 의석 577석 중 182석을 차지하며 1당에 오르자 프랑스인들이 환호했다고 CNN,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변을 만들었던 극우 국민연합(RN)이 정권을 차지하지 못하자 프랑스인들이 환호했다는 것이다.

7일(현지 시각) 치러진 프랑스 총선 2차 투표에서 극우가 승리할 것이라던 예상을 때고 좌파 연합이 승리했다는 출구 조사가 나오자 젊은이들이 파리 시내에서 이를 축하하고 있다. / UPI 연합뉴스

프랑스 내무부가 8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돌풍을 기대했던 RN은 143석에 그치며 3위에 머물렀다. 참패할 것이라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을 포함한 범여권은 163석을 얻어 2위를 기록하며 체면을 살렸다. RN과 연대하지 않은 우파 공화당은 45석, 기타 우파 15석, 기타 좌파 13석, 기타 중도 정당 6석, 지역주의 세력 4석, 기타 정당 1석으로 최종 집계됐다.

CNN은 “현지 시각으로 7일 오후 8시 총선 결과의 윤곽이 나오자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승리감에 젖은 파리 시민 수천 명이 몰려들어 깃발을 흔들고 승리를 기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주로 젊은 청년들로 “모두가 파시스트를 싫어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또한, 이들은 반(반)극우 시위 구호로 쓰이는 “젊은이들은 국민전선(FN)을 저지한다”고 외쳤다. 국민전선(FN)은 RN의 전신으로,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을 일삼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디언 역시 “레퓌블리크 광장에 모인 군중 사이에서 긴장된 에너지가 퍼졌고, 오후 8시 직후 ‘좌파가 이겼다’는 함성이 울렸다”며 “극우가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1차 선거 결과가 결선 투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열광했다”고 전했다. 이어 “파리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몇 분간 손뼉을 치며 기쁨을 만끽했다”고 묘사했다.

NFP는 극좌파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이보다 온건한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중도 좌파인 플라스푸블리크 등 좌파 정당이 뭉친 좌파 연합이다. NFP는 지난달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중도 정당이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RN에 패배하고,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지 며칠 만에 만들어졌다.

LFI 지지자인 샤를 도메이뇨는 가이언에 “총선 결과는 파시스트에게도 좌파에게도 놀라운 일”이라며 “나처럼 몇 주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결과물”이라고 자평했다.

◇ 1차 총선서 극우 RN이 지지율 1위하자, 佛 ‘공화당 전선’ 부활

1차 총선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RN이 3위로 추락한 것은 프랑스 정치사에서 극우 정당이 위협적 존재로 떠오를 때마다 만들어진 ‘공화당 전선’이 이번에도 힘을 발휘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프랑스 좌파 연합 중 하나인 극좌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장퀴르 멜랑숑(72) 대표가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신화 연합뉴스

‘공화국 전선’은 극우 세력의 집권을 저지하자는 목표 아래 정치 세력이 하나로 연대하는 현상을 말한다. 프랑스에서 공화국 전선이 최초로 형성된 것은 1950년대다. 당시 1956년 총선에서 사회당과 급진당이 극우 세력의 부상을 막기 위해 동맹을 맺은 것이 시발점이다. 이후 1980년대와 1990년대에 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이 부상하면서 공화국 전선이 다시 힘을 얻었다.

최근 들어 프랑스에선 1차 투표에서 RN이 힘을 얻은 이후 공화국 전선이 형성됐다. 이를 위해 200명 이상의 후보가 1차 투표 이후 자발적으로 사퇴했다. 가디언은 “RN이 승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결된 공화국 전선을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역사가, 변호사, 무슬림 지도자들은 RN에 반대하는 투표를 하도록 여론을 형성했다. 기독교인 1만 명은 “RN이 외국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조작과 환상 외에는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는 정치 세력”이라는 서명에 나서기도 했다.

RN은 1970년대 초 FN으로 출범했다. 이후 반유대주의, 동성애 혐오, 인종차별을 내세우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RN은 당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음에도 이민자와 무슬림에 대한 적개심은 유지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