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전력강화위원회 패싱’…이럴 거면 KFA 수뇌부가 알아서 감독 뽑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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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님이 내게 모든 권한을 줬다. 홍명보 감독 선임은 내 선택이다. 5명의 전력강화위원들에게 '내가 최종결정을 해도 괜찮나'라고 묻고 결정을 내렸다."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제12조 2항에는 '대표팀의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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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제12조 2항에는 ‘대표팀의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 중 남녀 A대표팀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가 맡는다. 기술발전위원회는 17세 이하 연령별 대표팀에만 관여한다.
하지만 KFA는 원칙을 어겼다.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겸 기술총괄이사는 독자적 판단으로 홍 감독을 A대표팀 사령탑으로 낙점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나의 결정이다. 비난은 감수하겠다. 한국축구에 더 도움이 될 감독을 뽑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몽규 회장님이 내게 모든 권한을 줬다. 물론 전력강화위원들을 소집해서 (홍 감독 선임에 대해) 회의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것이 두려웠다. 홍 감독을 선택한 뒤 전력강화위원 5명에게 ‘내가 최종결정을 해도 괜찮나’라고 묻고 결정을 내렸다”고 이유를 댔다. 합리적 절차와 과정을 무시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돌연 사퇴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권한이 전혀 관련 없는 이 이사에게 넘어간 근거도 찾을 수 없지만, 이 이사가 독단적으로 결론을 내린 뒤 전력강화위원회에 통보했다는 사실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이 이사는 줄곧 “솔직하게 다 말씀드리겠다”며 투명성과 진정성을 호소했지만, 이 같은 고백은 솔직함이 아니라 뻔뻔함이다.
이를 수용한 홍 감독의 결정을 탓할 수는 없다. 다만 KFA의 선임 절차는 분명 잘못됐다. 합리성이 부족한 과정은 설득력을 얻을 수 없고, 팬들에게 결코 신뢰를 주지 못한다.
축구계가 더욱 분노하는 까닭은 ‘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한국축구 역대 최악의 사령탑으로 평가받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을 선임할 때도 전력강화위원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누군가가 선임을 주도했고, 위원들은 결과를 통보받았을 뿐이다. 그로부터 1년 5개월이 지나도록 달라진 게 없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이번에도 기능을 상실했다. 이럴 바에는 KFA 수뇌부가 처음부터 끝까지 맡으면 된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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