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위아래층 살던 이웃…반려견 갈등이 참극 불렀나

부산 북구 빌라 살인사건

- 숨진 남성, 수 년 전부터 개 키워

- 작년 두 집 간 관련 민원 잡음도

- 경찰, 개 문제 원인 단정 못 해

- CCTV·목격자 없어 수사 난항

- 가해 추정 60대 살인혐의 입건

- 피해생존자 딸 심리보호 마련도

부산 북구의 한 빌라에서 60대 남성이 40대 남성과 10대 딸을 찌르고 자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국제신문 8일 자 10면 보도)과 관련, 경찰이 피해자의 반려견을 놓고 가해자와 오랫동안 갈등을 겪었다는 점을 파악하고 수사를 벌인다. 경찰은 아버지를 잃은 딸의 심리적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 북부경찰서 전경.국제신문 DB

부산 북부경찰서 전경.국제신문 DB
부산 북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60대) 씨를 입건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5일 오후 6시30분 북구의 한 빌라 공동현관에서 B(40대) 씨와 B 씨의 자녀 C(10대) 양을 흉기로 찔러 B 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범행 직후 복부 인근에 자해를 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A 씨는 의식불명 상태다.

경찰은 반려견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이 심각했다는 인근 주민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A 씨와 함께 살던 지인이 ‘(B 씨가 사는) 위층에서 반려견을 키우지 못하게 해달라’는 민원을 경찰에 제기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약 15년간 B 씨의 아래층에서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B 씨는 4, 5년 전부터 소형 반려견을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 씨의 범행 동기를 두고 의문은 여전하다. 경찰은 A 씨가 빌라 입구에서 반려견 산책에 나선 B 씨를 우연히 마주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본다. A 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어디에서 확보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A 씨의 사건 직전 동선이 거주지 인근 식료품 가게였던 것으로 보지만, 사건 현장 인근에 CCTV나 차량 블랙박스 등이 없고 직접적인 목격자도 없어 수사는 난항을 겪는다.

게다가 반려견으로 인한 갈등이 범행으로 이어졌는지도 단정지을 수 없다. A 씨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지만 함께 살던 지인은 계속 B 씨의 아랫집에 거주했고, 범행 당일 지인 집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반려견으로 인한 갈등이 있었다는 진술은 있지만 그렇다고 반려견 문제가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다”며 “A 씨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 수사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피해생존자인 C 양의 심리 지원을 위해 전문상담요원을 파견하고 피해자 보호에 나섰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C 양은 현재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보도된 이후 “딸 아이가 너무 가엽다” “국가와 지자체가 빨리 지원에 나서야 한다” 등 딱한 처지에 놓인 C 양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