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 갈등, 정말 ‘읽씹’이 발단이었을까
“법무부 장관 때부터 갈등 조짐”…‘읽씹’ 사태 이전 다른 갈등 있었나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한동훈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답장하지 않음) 논란이 총선 때에 이어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과 한 후보 간 '3차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윤 대통령이 한 후보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후배'라고 평가할 정도로 검찰 시절부터 끈끈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어쩌다 일시적 갈등을 넘어 번번이 충돌하는 파국의 언저리까지 닿은 걸까.
7일 언론을 통해 지난 1월 김 여사가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보냈던 문자의 상세 내용까지 추가로 공개되며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친윤(親윤석열)계 등 일각에선 김 여사가 계속해서 자세를 낮춰 사과하겠다는 뜻을 표했지만 한 후보가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한 후보 측에선 사적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었기에 답하지 않은 것이며 당시 김 여사 문자의 취지도 사과를 하기 어렵다는 데 방점이 있었다고 반박 중이다.
한 후보는 지난 6일 SBS 정치스토브리그에 출연해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얘기를 일부러 만들어내는 것은 비정상적인 전당대회, 당무 개입으로 많은 분들이 생각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며 윤 대통령 혹은 대통령실 차원의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다. 여기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7일 "전당대회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나 운동원들이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주십사 각별히 당부드린다"며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일체의 개입과 간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의 '당무 개입' 언급에 대통령실이 불쾌함을 표한 것으로 풀이됐다. 여권에선 "윤-한 3차 갈등이 벌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한 1차 갈등은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월 대통령실이 한 후보에게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발생했다. 당시 알려진 갈등의 원인은 한 후보가 영입한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 여사 리스크를 공개 비판한 것과 한 후보가 김 비대위원을 공천에서 밀어주려 했다는 의혹이었다. 그러나 최근 김 여사의 문자 관련 논란이 뒤늦게 알려지며 일각에선 당시 한 후보를 향한 윤 대통령의 분노가 '읽씹' 때문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1차 갈등은 한 후보와 윤 대통령이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조우하면서 봉합되는 듯했으나 3월 공천 과정에서 2차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 결과에 반발하면서 양측이 충돌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읽씹' 사태 이전 이미 두 사람 간 갈등의 씨앗이 존재한 것 아니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한 후보는 검찰 시절 김 여사와도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1월 어떤 이유에서든지 김 여사의 문자에 아예 반응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차기 권력인 한 후보에 대한 현재 권력 윤 대통령의 견제가 한 후보의 비대위원장 취임부터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윤 대통령 입장에선 차기 권력의 부상이 달갑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 윤 대통령이 한 후보의 비대위원장 취임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했다는 이야기도 여권 일각에서 들렸다.
또 정치권에선 한 후보가 법무부장관 시절 이미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수사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미묘한 갈등의 조짐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2020년 시작된 관련 검찰 수사는 김 여사에 대해서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른 주범 등에 대해선 이미 1심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이유가 어찌 됐든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 갈등이 전당대회 전 또다시 폭발할 경우 이번 당 대표 경선의 최대 변수가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부정적 영향이 한 후보에게 미칠지 '윤심(尹心)'이 향하는 타 후보에게 미칠지는 미지수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