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6개월 내 형사 보상 결정’ 규정 어긴 법원, 소송 제기되자 “훈시규정일 뿐”

유선희 기자 2024. 7. 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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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모임이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보라 기자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고도 형사보상금 지급이 1년 넘게 이행되지 않은 데 대해 법원이 “형사보상법은 훈시규정일 뿐”이라고 입장을 냈다. 형사보상법은 ‘보상 청구를 받은 법원은 6개월 이내에 보상 결정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강제성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이다. 국가가 형사보상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과거사 피해 유족 측이 낸 소송에 관한 의견이었다. 법원의 형사보상 결정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납북귀한 어부 고 김달수씨의 유족 측이 형사보상금 지급 지연에 반발해 낸 소송을 두고 소송수행자인 서울고법은 지난 1일 “형사보상결정은 신속한 절차진행도 중요하지만, 국가는 지급불능의 위험이 없으므로 정확하고 정당한 보상액 결정이 보다 중요하다”고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밝혔다. 서울고법은 이어 “결정을 내리는 기한은 훈시규정으로 봐야 한다”면서 “훈시규정을 어겼다고 해서 곧바로 국가배상법상 법령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5일 김씨 유족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형사보상 지급 6개월이 지난 시점(2023년 10월22일)부터 소장을 제출하기 전인 2024년 6월4일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 총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김씨 측이 간첩 혐의 무죄 선고를 받은 이후 법원에 형사보상 청구를 냈는데 1년 넘게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1968년과 1972년 동해상에서 배를 타고 조업을 하던 중 두 차례 납북됐다. 생계를 위해 명태잡이 배를 탔는데 납북된 것으로 이후 간첩 혐의(반공법 위반 등)를 받았다. 법원은 김씨 재심사건에서 지난해 1월과 11월 모두 ‘무죄’로 선고했다. 이에 유족 측은 형사보상 청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형사보상법은 ‘보상 청구를 받고 6개월 이내에 보상 결정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유족 측은 “강행규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한을 지키지 않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1년 넘게 두 차례나 민원제기가 있었음에도 반려됐는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이 6개월 이내에 보상결정을 하지 못할 이유가 있었는지 사법행정권 개입은 불가능했는지 등을 집중해 다투겠다”고 예고했다.

강릉지원은 유족 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되고 나서야 보상금 지급을 위한 절차에 나섰다. 강릉지원은 지난달 26일 김씨 유족에게 “재심판결 소송비용 지출 소명자료를 제출해달라”고 했다. 유족이 관련 자료를 제출함에 따라 보상금 지급은 3개월 안으로는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 과거사 재심 무죄 선고에도 형사보상 지급 지연, 피해자는 이중 고통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05165000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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