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1당'은 막았다지만…올림픽 앞 승부수, 마크롱 흔들린다
극우의 과반 돌풍은 막았지만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 참패 뒤 꺼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조기 총선 '승부수'는 실패에 가까웠다. 역대 최연소 총리로 올 초 화려하게 등장했던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7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총선 2차 결선투표 결과 마크롱 대통령이 이끈 르네상스당 연합 '앙상블'(ENS)은 168석으로 2당에 그쳤다. 아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밤 내가 대표했던 정당은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내일 아침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프랑스가 오는 26일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있어 아탈 총리는 필요한 상황에서 직무는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 '극우 돌풍'이 불고 있지만 결선 결과 프랑스 의회 1당은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 182석)이 차지했다. 1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은 143석으로 3당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는 극우 정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과반도 노려볼 만하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2차 투표에선 판세가 뒤집혔다.
이러한 결과는 좌파 연합과 범여권에서 RN 후보의 당선 저지를 위해 대대적인 후보 단일화를 이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선투표를 앞두고 중도-좌파 후보 사이에서는 극우파의 원내 제1당을 막기 위한 단일화가 진행됐다. 르몽드에 따르면 2차 투표에 출마할 예정이었던 후보 중 218명이 사퇴했다. 아탈 총리는 결선 투표를 앞두고 지난 5일 한 인터뷰에서 "현재 위험은 극우파가 다수당이 되는 것으로 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다만 제1당인 NFP는 과반을 얻지는 못했다. 프랑스 전체 하원 의석 577석 가운데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선 289석이 필요하다. AFP는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혼란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선거 결과에 따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지만 각 진영 간 입장 차이가 커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극좌와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선거 결과를 확인한 좌파 연합은 정부 운영에 나설 뜻을 강하게 밝혔다. 4개 정당이 뭉친 좌파 연합 내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은 NFP에 국가 운영을 요청할 의무가 있다"며 "좌파 연합은 집권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정부 운영에 나설 뜻을 밝혔다. NFP 소속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도 "오늘 저녁 프랑스는 RN이 집권하는 것을 거부했다"며 "NFP가 우리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선거운동기간 내내 지지율 1위를 기록하다 결선투표에서 3위로 추락한 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결과에 유감을 표했다. 특히 결선투표 직전 이뤄진 선거연대와 관련 "불예스러운 동맹이 프랑스를 극좌의 품에 던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RN의 실질적 지도자로 여겨지는 마리 르펜은 선거 직후 "우리 승리는 늦춰졌을 뿐 우리 의원 수는 두 배로 늘었으니(2022년 총선 때 89석) 실망할 것 없다"면서 "마크롱 대통령 대통령과 극좌의 부자연스러운 동맹이 아니었다면 RN이 절대 과반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프랑스 현지 언론은 마크롱의 승부수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돌풍을 일으키자 마크롱은 "2027년 대선에서 극우의 집권을 막아달라"며 조기총선 카드를 꺼냈는데, 극우정당이 예상 밖에 3위로 밀려나면서 프랑스 국민들이 대통령의 뜻을 어느 정도 들어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를 두고 프랑스 내 중도 세력이 건재하다는 평도 나온다.
다만 좌파연합에 의회 주도권을 내준 만큼 마크롱의 국정 운영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제1당에 오른 좌파연합 NFP는 4개 정당(굴복하지않는프랑스,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이 뭉쳐 있으며 마크롱이 펼친 중도 우파 성향의 개혁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대표적으로 부유세 강화, 법인세 확대 및 마크롱의 '연금 개혁' 폐지 등을 주장해왔다.
때문에 좌파연합의 제동으로 임기가 3년 남은 마크롱이 일찌감치 레임덕에 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크롱은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2027년까지인 임기를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 투표율은 67.1%로 잠정 집계됐다. 1981년 이후 43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직전인 2022년에는 46.23%였다. 선거 지형이 '극우 대 반극우 진영'으로 분류되면서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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