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조지타운의 발전 비결은 ‘고령 인구’
은퇴 후에도 왕성한 소비로 美 경제의 큰 손으로 부흥
저출산과 고령화는 전세계의 문제로 꼽힌다. 기술과 경제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수명은 늘어난 데 비해 출산율은 줄어들고 있다. 특히나 한국사회의 고령화율은 지난 10년간 매년 평균 4.4%씩 증가하면서, OECD 국가의 평균증가율 2.6%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령화를 슬기롭게 해결하면서도 사람들을 끌어모아 제 2의 도약에 성공한 미국의 한 도시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州) 조지타운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다. 특이한 점은 이 지역 경제 성장을 끌어올린 주역이 젊은 청년 세대가 아닌 수천명의 미국 베이비붐 세대(미국 1946~1965년 사이 태어난 세대·베이비부머)라는 것이다. 조지타운 내 실버타운에는 5421에이커(2194만㎡)의 부지에 단독주택과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등이 모여있는데, 이러한 시설은 대부분 55세 이상의 이용자들이 예약해둔 상태다. 또한 가장 인기있는 파티는 매년 열리는 ‘마디 그라 퍼레이드’와 무도회 인데, 이 파티의 중간연령은 73세다.
◇미국 도시성장률 1위의 비결은 도시형 실버타운 ‘선시티 텍사스’
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도시성장률 1위를 달성한 텍사스주 조지타운에 대한 기록을 실었다. 2023년 기준 조지타운의 도시성장률 순위는 10.6%로 미국 내에서 가장 높다. 2위와 4위 역시 텍사스 주 내 도시인 카일과 리앤더인데, 각각 9%와 7.6%다. 결국 텍사스 주의 특별한 정책이 미국 내 사람들을 끌어모은 것이다. 그 비결은 바로 ‘선시티 텍사스(Sun City Texas)’라는 계획도시 정책이다.
미국의 도시형 실버타운인 선시티 정책은 1950년대 말 한 야심 찬 60대 초반의 건축회사 사장 델버트 웨브(Delbert Webb)가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은퇴자 공동체’를 구상하고 애리조나주 피닉스 시 인근 사막지대를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60년에 처음 일반주택을 분양했고, 10년도 채 되지 않아 4만명의 은퇴노인들이 거주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선시티의 입주자격은 가족 중 적어도 한 사람이 55세 이상이어야 한다. 주민들 대부분은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으며, 제2의 교통수단으로 골프카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인구통계조사국(USCB)에 따르면 인구 5만명 이상의 미국 도시 중 텍사스 주 조지타운의 인구 증가율이 ▲2021년 11% ▲2022년 14% ▲2023년 11%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텍사스 주의 또다른 인근 도시 오스틴의 급속한 기술 중심 성장으로 인한 인구 유입과 함께 장·노년층 인구의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2012~2014년 3년 연속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텍사스주 샌마르코스의 평균 연령은 25세인 반면, 조지타운은 44세이고, 주민의 약 27%가 65세 이상이다.
도시들의 부흥 정책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가족단위의 젊은 세대나 원격근무가 가능한 청년층을 유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선시티는 장년중심의 도시 부흥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도시 운영책으로 검증됐다. 우선 도시의 운영 예산이 풍부한데, 선시티로 모인 대부분의 베이비붐 세대, 즉 장년층이 상당한 경제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여전히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며 활동적이고 소비하고 싶어한다. 이에 따라 상점과 레스토랑, 병원과 건강 클리닉에 이르기까지 조지타운은 매년 수백개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장년층의 왕성한 경제활동 덕분에 조지타운에는 생기가 흐르고 덕분에 조쉬 슈뢰더 조지타운 시장의 만면에 웃음이 가실 새가 없다고 WSJ는 설명했다.
◇청년층은 옛말, 새로운 경제 원동력이 된 ‘큰 손’ 장년층
조지타운의 인구 9만6000명 중 약 1만7000명이 선시티에 살고 있다. 지난해 선시티의 주택 중간 가격은 약 49만5000달러(6억8300만원)로 2019년 35만8000달러(4억9400만원)에서 급등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선시티 주택의 현금 구매율은 약 55%로 2019년 40%에서 훨씬 높아졌는데, 선시티 주민의 현금 동원력을 보여준다.
선시티 주민의 가구 소득 중앙값은 연 8만4000달러(1억1600만원)로 전국 중앙값(7만5000달러·1억300만원)보다 그렇게 높지 않지만,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주택 등 대출금이 없기 때문에 연금 수표·주식 포트폴리오, 그리고 오래 전 낮은 가격에 한 기타 투자 수익금 등으로 구성된 소득으로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경제 주요 동력이 된 베이비붐 세대의 주식 포트폴리오·은퇴 저축·주택 자산 가치는 수십 년간 급상승해왔고, 자녀를 양육하고 일 때문에 바빴던 시간을 이제 자신들을 위한 골프·콘서트·브런치를 즐기는 데 배분할 수 있게 됐다.
텍사스 주는 기후와 세금 문제로도 장년층에게 인기가 높다. 미국의 여러 지역이 겨울인데도 텍사스 주는 1년의 대부분이 봄에서 초여름 날씨로, 일년 중 300일 이상 해가 비치는 도시라는 의미로 선시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또한 텍사스에는 주 소득세가 없고, 조지타운 등 많은 텍사스주 도시는 65세 이상에 대해 재산세 상한선을 설정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미국 남부로의 이주가 둔화했는데, 이는 연 7%에 달하는 높은 주택담보 대출(모기지) 금리로 많은 젊은 가정이 이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수십년 전에 구입한 주택을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팔아 현금으로 남부의 새 주택을 구입한 고령 가구는 영향을 덜 받았다. WSJ는 “선시티를 비롯해 미국 전역의 55세 이상 베이비붐 세대가 가계 자산의 70%, 개인 지출의 약 45%를 차지하면서 경제의 주요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중장년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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