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공방'서 시작된 尹명예훼손 수사…10개월 만에 첫 기소
'단순 오보' 판단범위·배후 규명 등 남은 수사 과제 될듯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검찰이 이른바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수사를 개시한 지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관련자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이준동 부장검사)는 8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를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했다.
대선 과정 '대장동 몸통 공방'에서 유래된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특별수사팀까지 꾸리며 전방위적 수사를 벌였다. 언론의 자유와도 밀접히 연결된 수사를 두고 논란도 이어졌다.
대선 앞두고 벌어진 '대장동 몸통 공방'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2021년 8월 경기경제신문에서 처음 보도됐다.
이는 곧이어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사업을 통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얻은 바탕에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도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져 대선판의 이슈가 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경향신문, 뉴스버스 등이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할 때 대장동 대출 브로커였던 조우형 씨 사건을 무마해줬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부실 수사가 대장동 종잣돈으로 이어졌다'는 프레임으로 역공에 나서면서 대장동 책임론은 여야 간 공방의 소재가 됐다.
이런 가운데 대선을 약 10일 앞둔 2022년 2월28일 이른바 '윤석열 커피 보도'가 나왔다.
당시 JTBC는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 씨의 검찰 조서 등을 근거로 '2011년 2월 조우형 씨가 두 번째 대검 조사를 받을 때 당시 주임 검사였던 윤석열 중수2과장이 커피를 타줬다'고 보도했다.
이어 뉴스타파는 2022년 3월 6일 이 진술과 일치하는 내용이라며 신 전 위원장과 김씨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특별수사팀 꾸려 확대…'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로 전환
검찰은 대선 1년 6개월 만인 지난해 9월 1일 신 전 위원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며 '허위 인터뷰 의혹' 수사를 시작했다.
엿새 뒤에는 검사 10여명을 투입해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조우형 봐주기 의혹'이 실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인 허위 보도가 이어졌다고 판단,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수사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김씨와 신씨의 인터뷰를 보도한 뉴스타파 압수수색, 앞서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보도한 JTBC·경향신문·뉴스버스 전현직 기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어졌다. 이른바 '가짜 최재경 녹취록'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도 수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보좌진과 송평수 전 민주당 법률위원장 부위원장 등 야권 관계자들도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또 올해 4월에는 김씨와의 금전 거래로 논란이 된 전직 언론사 간부 3명을 배임수재,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장기간 수사 끝에 첫 기소…논란은 계속될 듯
이처럼 범위는 계속 확대됐지만, 검찰의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압수물 포렌식 참관 등이 길어지면서 수사가 장기화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허 기자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기도 했고, 참고인들의 출석 거부로 이례적인 '공판 전 증인신문'이 법정에서 열리기도 했다.
결국 검찰은 해를 넘겨 수사 개시 10개월 만에 수사의 단초였던 김씨와 신씨, 김 대표와 한 기자를 먼저 재판에 넘겼다.
뉴스타파에 앞서 의혹을 보도한 다른 언론사들, 보도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결론은 여전히 과제로 남겨져 있는 상태다.
남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계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해 대선 기간 후보자 '검증 보도'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검찰은 단순 오보까지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남은 언론사에 대한 수사 결과 등을 통해 단순 오보를 넘어선 범위를 어디까지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논쟁이 재점화할 수 있다.
김만배 씨를 넘어 정치권 인사들의 개입 등 '배후'를 얼마나 규명하는지도 검찰 수사를 최종적으로 평가할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검찰은 애초 특별수사팀을 꾸리면서 "헌법상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농단한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으로 이 의혹을 규정한 바 있다.
검찰이 명예훼손 혐의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것에 대한 공방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김씨와 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논란은 잠정적으로 일단락됐지만,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피고인들은 이 부분을 거듭 부각할 것으로 관측된다.
leed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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