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공장, 2021년부터 4차례 화재 발생"…위험 신호 있었다

▲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 합동 감식

화재로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에서 이번 사고 이전에 최소 4차례의 화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오늘(8일) 정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리셀 공장에서 2021년 2번, 2022년 1번, 이번 화재 이틀 전인 지난달 22일 1번 등 총 4번의 화재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아리셀이 제조·납품하는 리튬 배터리는 군납용 일차전지로, 음극과 양극, 그리고 분리막을 돌돌 말아 케이스에 담아 헤더(일종의 뚜껑)를 덮는 방식인 와운드 타입 배터리입니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알카라인 배터리 등 일반 건전지에 비해 밀도가 높아서 출력이 상당한데, 그만큼 화재나 폭발 시 위험성도 큽니다.

경찰은 앞선 3번의 화재 때는 이번 사고처럼 배터리가 집적된 상태로 보관되지 않아 별도 인명피해가 없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리튬 배터리 자체가 고출력이라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안전 관리 대책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갖추고 있는지, 갖췄다면 공정에서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특히 아리셀은 (이번 화재 전) 화재가 4차례나 발생했기에 이전부터 누적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4일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 쌓아둔 리튬 배터리 1개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이 붙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연소가 급격히 확대하면서 다른 리튬 배터리들에서까지 화재·폭발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고 당시 적재돼 있던 리튬 배터리는 전해액 주입이 완료돼 전압 검사만을 앞둔 상태로, 사실상 기능적으로 완성이 된 배터리였다고 전했습니다.

전압 검사 후 비닐 테이핑, 2차 마킹 등을 끝내면 출고하는 상황에서 화재가 일어났다는 겁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제조 공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슬픔에 잠긴 아리셀 화재 유가족들

경찰 관계자는 "리튬 배터리는 외부 충격으로 인해 혹은 물과 만나서 반응이 일어나 화재나 폭발이 일어날 수 있고,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이 섞여 들어가면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불량품을 포함한 (아리셀의) 제품을 국과수에 보내 사고 원인에 대해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화재가 난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는 총 43명이 근무하고 있던 것으로 잠정 파악됐는데, 이 중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습니다.

경찰은 지금까지 총 65명의 참고인 조사를 해 진술을 받는 한편, CCTV 영상과 비교 분석을 통해 진술의 신빙성도 따져보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화재 원인 규명'과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 원인 규명' 등 크게 두 갈래로 진행 중"이라며 "아울러 리튬 배터리의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데, 아리셀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잘했는지, 필요한 안전 관리나 소방 시설 점검 등을 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화성시청에서 유가족협의회를 만나 비공개로 수사 상황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유가족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설명회가 끝난 뒤 "언론에 나온 것 외에 별다른 정보가 없어서 여러 가지 질의를 했으나 '수사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는 대답만 해서 유족들이 답답해했다"며 "수사에 속도를 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권 기자 rights@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