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화성 아리셀 공장, 2021년부터 최소 4차례 화재…"대참사 경고 있었다"

"군납용 리튬 배터리, 화재·폭발 위험 커"
"안전관리·공정 조사중"

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청에 설치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영정과 위패를 안치한 후 슬퍼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화성=연합뉴스]

지난 6월 25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현장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6월 25일 오전 현장 감식을 앞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리튬전지 업체 공장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22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다. [사진공동취재단]

화재로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에서 이번 사고 이전에 최소 4차례의 화재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리셀 공장에서 2021년 2번, 2022년 1번, 이번 화재 이틀 전인 지난달 22일 1번 등 총 4번의 화재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리셀이 제조·납품하는 리튬 배터리는 군납용 일차전지로, 음극과 양극, 그리고 분리막을 돌돌 말아 케이스에 담아 헤더(일종의 뚜껑)를 덮는 방식인 와운드 타입 배터리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알카라인 배터리 등 일반 건전지에 비해 밀도가 높아서 출력이 상당하다. 그만큼 화재나 폭발 시 위험성도 크다.

그런데 경찰의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이미 알려진 이번 화재 발생 이틀 전 사고 외에도 3차례의 화재가 추가로 발생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경찰은 각각의 화재 발생 원인이나 소방당국 신고 내역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리튬 배터리 자체가 고출력이라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안전 관리 대책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갖추고 있는지, 갖췄다면 공정에서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특히 아리셀은 (이번 화재 전) 화재가 4차례나 발생했기에 이전부터 누적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4일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 쌓아둔 리튬 배터리 1개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이 붙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연소가 급격히 확대하면서 다른 리튬 배터리들에서까지 화재·폭발이 이어졌다.

경찰은 당시 적재돼 있던 리튬 배터리는 전해액 주입이 완료돼 전압 검사만을 앞둔 상태로, 사실상 기능적으로 완성이 된 배터리였다고 전했다.

전압 검사 후 비닐 테이핑, 2차 마킹 등을 끝내면 출고하는 상황에서 화재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제조 공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리튬 배터리는 외부 충격으로 인해 혹은 물과 만나서 반응이 일어나 화재나 폭발이 일어날 수 있고,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이 섞여 들어가면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불량품을 포함한 (아리셀의) 제품을 국과수에 보내 사고 원인에 대해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화재가 난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는 총 43명이 근무하고 있던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이 중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안전하게 대피했던 근로자는 12명뿐이었던 셈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총 65명의 참고인 조사를 해 진술을 받으며, CCTV 영상과 비교 분석을 통해 진술의 신빙성도 따져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화재 원인 규명'과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 원인 규명' 등 크게 두 갈래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리튬 배터리의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데, 아리셀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잘했는지, 필요한 안전 관리나 소방 시설 점검 등을 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화성시청에서 유가족협의회를 만나 수사 상황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는 기자들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은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