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프랑스 극우 집권 막았다?… “EU 새 리더는 숄츠”
레임덕 빠진 마크롱 대신 EU 이끌어야
프랑스 하원 총선거를 앞두고 ‘극우 정당이 집권해선 안 된다’는 의사를 밝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프랑스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든 걸까.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은 원내 3당으로 처지며 권력에서 멀어졌다. 다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외교·국방 분야에서 예전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 만큼 한동안 독일 혼자 유럽연합(EU)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SPD 소속 현직 의원이자 외교정책 전문가인 닐스 슈미드는 프랑스 총선 결과에 대해 “최악은 피했다”고 논평했다. 극우 세력의 집권이 불가능해진 것은 잘된 일이란 뜻이다. 다만 총 577석인 프랑스 하원의 과반(289석 이상)을 확보한 정당은 이번 총선에서 나오지 않았다. 극우를 권력에서 배제하려면 좌파와 중도가 연립정부를 꾸리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이 점을 의식한 듯 슈미드는 “마크롱은 정치적으로 크게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극우 성향 RN을 원내 3당으로 전락시킨 것이 이번 프랑스 총선의 유일한 성과라면 그 공은 독일의 숄츠 총리에게 돌아가야 함이 마땅하다. 숄츠 총리는 프랑스 총선 1차 투표를 1주일 앞둔 지난달 23일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선거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RN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원내 1당 등극 및 총리 배출이 유력하던 때였다. 숄츠 총리는 “르펜이 아닌 정당들이 성공하길 기대한다”라는 말로 극우파가 프랑스 의회를 장악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르펜이란 마린 르펜 전 RN 대표를 지칭한다. 다만 내정간섭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숄츠 총리는 “누가 프랑스 의회의 제1당이 될 것인가는 프랑스인들 스스로 결정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27개 국가를 회원국으로 둔 EU는 그간 프랑스와 독일의 공동 리더십을 토대로 운영돼왔다. 프랑스는 핵무기 보유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독일은 EU 역내 제1의 경제대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프랑스 총선에서 중도 집권당이 원내 2당으로 내려앉고 좌파가 1당으로 부상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 동안 레임덕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EU를 비롯한 외교정책이나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지원 등 국방정책 분야도 마찬가지다. EU 회원국들 사이에선 ‘정치적 위기에 처한 마크롱 대통령을 대신해 당분간 숄츠 총리 혼자 EU를 이끄는 게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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