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과 숫자 바꾸고도 싶지만···” 대도루의 시대, 더 빛나는 NC 김형준의 도루 저지율 39.7%
올 시즌 전반기까지 KBO리그 포수들의 도루 저지율은 평균 26.1%에 그쳤다. 주자가 일단 뛰기만 하면 75% 가까운 확률로 도루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26.1% 도루저지율은 최근 10년 동안 최저 수치다. 지난 시즌 27.5%에 비해 차이가 눈에 띄게 큰 건 아니지만, 올 시즌 도루 시도가 많이 늘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지난 시즌 전체 도루 시도가 1443차례였는데, 올해는 전체 58%를 소화한 8일까지 도루 시도가 벌써 955차례에 달한다.
올 시즌 주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뛰고, 많이 성공했다. 전반기 418경기 동안 KBO리그 도루 총합계가 모두 739개. 시즌 전체로 환산하면 1272도루 페이스다. 2015시즌 1215도루 이후 9년 만에 시즌 1200도루를 넘길 기세다. 올 시즌 베이스 확대의 여파가 그만큼 크다.
‘대도루의 시대’, NC 포수 주전 김형준(25)의 가치가 빛났다. 10개 구단 포수 중 가장 많은 547이닝을 포수로 뛰면서 도루 저지율 39.7%로 1위를 기록했다. 김형준을 상대로 주자들은 68차례 도루를 시도해 41차례만 살아서 들어갔다. 베이스 확대 영향으로 리그에서 손꼽는 포수들의 도루 저지율이 대체로 하락했지만, 김형준은 풀타임 시즌 첫 해인 올 시즌에도 자기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현시점 KBO 최고 강견 포수로 김형준을 꼽는 목소리가 많다. 김형준은 “송구는 원래도 자신이 있었던 부분인데, 더 정확하고 빠르게 던지려고 계속 연습을 많이 했다”며 “꾸준히 시합에 나오다 보니 그런 부분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루 저지에 블로킹까지, 수비 관련 돋보이는 전반기를 보낸 김형준이지만 타격에서는 고민이 없지 않다. 타율 0.208로 전반기를 마쳤다. 타격감이 유독 좋았던 4월 한 달동안 0.345를 기록했지만 이후 두 달 연속 2할을 밑도는 타율을 기록했다.
김형준은 “한 번씩 도루 저지 숫자 볼 때마다 타율하고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69경기 12홈런을 때릴 만큼 확실한 일발장타 능력으로 낮은 타율을 만회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도루 저지는 잘 하고 있으니까, 그렇게라도 팀에 도움이 돼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홈런을 때릴 때와 주자 도루를 잡을 때 어느 쪽이 더 기분 좋으냐는 말에는 “이기고 있을 때는 상대 도루를 잡아내면서 흐름을 끊어낼 때가 좋은 것 같고, 지고 있거나 비기고 있을 때 역전타나 결승타를 치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둘 다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웃었다.
김형준은 2022년 상무 전역을 한 달 앞두고 전방십자인대 파열 수술을 받았다. 본인이나 팀이나 날벼락 같은 악재였다. 수술 여파로 지난해 봄 전지훈련도 참가하지 못했다. 강인권 NC 감독은 지난 시즌 중반까지도 “올해는 김형준을 1군에서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봄 동안 제대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했던 탓이다. 그러나 팀 포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김형준은 시즌 중반 1군에 올라왔다. 그리고 빠르게 주전으로 안착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발탁돼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생애 첫 가을 무대에서도 9경기 3홈런으로 맹활약했다.
지난 시즌 데뷔 후 최고의 반년을 보낸 김형준은 올 시즌 역시 꾸준히 활약하며 생애 첫 올스타 선수로 선발됐다. 팬 투표로 홈런 더비에도 참가했다. “갑자기 시작됐고, 어쩌다 보니 타석 안에 들어가 있었고, 어쩌다 보니 끝나 있더라”며 첫 홈런 더비에 긴장도 많이 했지만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연달아 홈런 2개를 때리며 자존심을 지켰다. 김형준은 “마지막 하나가 남았을 때 ‘망했다’ 싶었고, 이젠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쳤는데 그래도 두 개라도 넘겨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NC는 5위 SSG와 승차 없는 6위로 후반기를 시작한다. 김형준은 “5월부터 계속 안 좋아서 팀에도 미안하고 스스로도 좀 실망스러웠다”면서 “후반기부터는 4월 좋았던 느낌으로 다시 한번 잘해보겠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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