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식이 삼촌' 신연식 감독 "작품으로 삶의 원리 탐구하고파"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이 지난달 19일 최종화를 공개하며 막을 내렸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 박두칠(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만나 함께 꿈을 이루고자 했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삼식이 삼촌'은 공개 전부터 데뷔 35년 차 배우 송강호의 연기 인생 첫 시리즈물 작품이라는 점과 영화 '동주'(2016), '거미집'(2023)의 각본으로 주목받은 신연식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엘리트 청년 김산 역의 변요한, 강성민 역의 이규형, 주여진 역의 진기주, 정한민 역의 서현우, 안기철 역의 오승훈, 안요섭 역의 주진모, 레이첼 정 역의 티파니 영 그리고 장두식 역의 유재명까지 믿고 보는 배우진들이 대거 합류해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이끌어내며 완벽한 연기 앙상블을 선보였다.
지난 6월 2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삼식이 삼촌'의 각본, 연출을 맡은 신연식 감독이 만났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 '동주'부터 디지털 시대가 오기 전 1970년대를 다룬 '거미집' 각본까지 근현대사를 다루고 또 그 시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에 탁월한 신연식 감독은 "솔직히 시대물은 안 하고 싶다"며 의외의 속내를 내비쳤다.
"창작자들은 저마다 작품을 하는 이유가 다를 텐데 저에게는 신앙적인 이유와 계기가 있었어요. 세상을 단순하게 살면 편한데 우리 삶은 절대로 그렇지가 않거든요. 개인의 미시적인 삶도 내 삶의 왜 불행한가 고민하고 남들에게 무언가를 바라게 되고. 그런 어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천성과 관성에 의해 작동되고 그것이 서로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그것이 결국 거시적인 역사적 흐름에 영향을 주거든요. '삼식이 삼촌'이라는 사람은 하루 세끼 배불리 먹인다고는 하지만 실제 하루 세끼만 주면 사람을 죽인다고 해서 '삼식이 삼촌'이 된 거예요. 천성에서 시작된 관성화 된 삶이 천성이 되고 또 그것이 신념화되거든요.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개개인의 삶을 작동시키는 원리라고 생각해요. 저는 삶의 아주 근원적인 고통의 원인들을 탐구하고 싶어서 작품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역사의 변곡점들을 찾게 되는 거죠. 사실 시대물은 고되고 번거롭고 돈 많이 들기도 하고 피하고 싶죠."
'삼식이 삼촌'은 당초 10부작으로 제작됐지만 16부작으로 늘리며 호흡이 길고 다소 늘어진다는 혹평도 받았다. 신연식 감독 역시 16부작이라는 변수에 복잡한 시대적 배경 설명을 할 수 있는 여유는 늘었지만 자신 역시 아쉬운 선택이었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10부작으로 시작했어요. 영화와는 전개 속도도 다르고 인물도 많았죠. 시대적 배경이 복잡하니 천천히 설명을 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받아들이게 됐어요. 영화는 시작하면 늘리지 않아요. 무조건 줄이는 경우 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늘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걸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알았죠. 저도 드라마는 좀 낯설고 생소하다 보니 영화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와 드라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다르구나를 느낀 것 같아요. 10부작으로 만들었을 때 생각과는 다르게 신들의 위치가 바뀌다 보니 원래 의도했던 기능과 구조가 달라지면서 오는 아쉬움은 있어요."
배우 송강호와의 인연은 '거미집', 개봉 예정인 '1승'을 거쳐 세 번째 만남이다. 신연식 감독은 송강호와의 꾸준한 인연 역시 "천성과 감성"이라고 답했다.
"(송강호) 선배님이 갖고 있는 천성과 감성, 제가 가지고 있는 천성과 감성이 우연히 작용이 돼서 이렇게 만나게 된 거죠. 배우나 감독이 '야, 우리 앞으로 이런 작품 하자', '2~3편 만들자' 이렇게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상황이 안 되면 인위적으로는 절대 안 되거든요. 같이 작품 하자고 하고 죽을 때까지 못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까 제 입장에서는 상황이 돼서 송강호 선배님과 작품을 하게 된 게 행운이었고, 즐거운 시간이었죠. 이 작품을 선배님과 함께 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에요. 아직 개봉하지 않은 '1승'은 선배님의 필모에서 보면 편안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삼식이 삼촌'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에요. 제가 그동안 해온 작품과는 다른 가족 영화를 표방하죠. 연기 톤도 편안한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누굴 죽이거나 도망가는 게 아니니까. 배구 영화다 보니 농밀하다기보다는 진짜 운동선수들의 느낌이죠."
송강호만큼이나 극의 큰 축을 담당한 변요한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신연식 감독은 변요한에 대해 "너무 뜨겁고 순수해요"라며 그의 열정을 추켜 세웠다.
"변요한 배우는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독보적이에요. 기능적으로도 훌륭하지만 굉장히 뜨거운 기세를 가지고 있어요. 용암처럼 땟국물 묻어 있는 열기가 아니라 퓨어한 뜨거움을 가진 배우예요. 물론 나머지 배우들도 너무 뛰어나죠. 사실 배우들 이야기를 하려면 밤을 새워야 할 정도로 저마다 너무 좋은 배우였어요. 저도 처음 느낀 기분인데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을 다 모아놓으니까 신기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신연식 감독이 앞서 말했듯 '삼식이 삼촌'은 하루 세끼만 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욕망과 신념은 있지만 올바른 정의는 없다. 그런 실체를 숨기기 위해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 먹인 사람'이라는 자신의 이념을 신념화한다. 신연식 감독은 '삼식이 삼촌'에 대해 "그게 삼식이 삼촌의 페이소스라고 생각해요"라고 정의했다.
"작품을 만드는 우리만 개연성을 신경 쓰고 있나 하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해요. 현실은 정말 개연성이 없는 사건들이 많거든요. 영화처럼 어떤 스모킹 건을 발견해서 역전이 되고 이런 게 아니라 정말 아무 일이 안 일어나기도 하고 반대로 말도 안 되는 걸로 세상이 확 뒤집어지기도 하고요. 코로나 같은 게 생길 줄 누가 알았겠어요. 거기에서 우리 같은 사람이 갖는 게 천성과 감성이에요. 사람은 때로 내가 여기서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 결정을 내려요. 그게 천성과 감성에 의해 작용을 하는 거죠. 삼식이의 천성과 감성, 김산의 천성과 감성이 충돌하고 쌓여서 시대의 거시적인 흐름을 바꾸기도 하고 미시적인 감정에 영향을 주기도 해요. 제 작품에서는 '그래서 누가 나쁜 놈인데?' 같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않아요. 저는 우리의 삶에 실질적으로 작동되는 원리를 탐구하고 싶어서 작품을 하거든요. 그래서 제 작품의 엔딩은 거의 다 똑같아요.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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