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수사정보 유출' 경찰관·검찰수사관 불구속 송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다 숨진 배우 이선균(48)씨의 수사정보 유출 의혹을 조사해온 경찰이 정보를 유출한 경찰관과 검찰수사관, 그리고 이들로부터 정보를 받은 기자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공무상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인천경찰청 소속 경찰관 A씨와 인천지검 소속 수사관 B씨를 각각 지난달 27일 검찰에 송치했다.
또 인터넷 연예매체 디스패치와 경기신문 등 서로 다른 언론사의 기자 4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마약 범죄 수사와는 관련 없는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경찰관으로 이씨 마약 사건의 수사 진행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기자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유출한 보고서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가 지난해 10월 18일 작성한 것으로, 이씨의 마약 사건과 관련한 대상자 이름과 전과, 신분, 직업 등 인적 사항이 담겼다.
A씨는 이 보고서를 사진으로 찍어 기자에게 건네거나 전화 통화로 알려주는 방식으로 수사 상황을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A씨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보고서를 확보하거나 보고서 내용을 확인한 기자는 디스패치 기자를 비롯해 총 3명으로 파악됐다.
이씨 사망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28일 디스패치는 이 보고서 원본 사진을 비롯한 내용을 보도했다.
B씨는 이씨가 마약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정보를 경기신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신문은 지난해 10월 19일 ‘톱스타 L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 사건을 단독 보도했다.
이후 여러 매체의 후속 보도가 잇따르면서 사건이 대중에 알려졌다.
이씨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10월 14일 형사 입건됐으며, 약 두 달간 세 차례에 걸쳐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는 세 번째 소환 조사를 받은 지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데 이씨가 숨지기 전 경찰 조사를 앞두고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포토라인에 섰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올해 1월 15일 인천경찰청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6개월 가까이 수사를 진행한 끝에 수사당국 관계자 2명, 언론사 관계자 4명 등 총 6명을 형사 처벌하기로 했다.
수사기관 안팎에서는 공무원인 A씨와 B씨만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처벌받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으나, 경찰은 비슷한 사건 사례와 판례를 검토한 끝에 이들로부터 정보를 취득한 기자들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람은 물론 제공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부 기자의 경우 사건 보고서를 입수하고도 이 정보를 이용한 보도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철저한 보안 속에 수사가 진행 중이던 사건의 대상자 이름 등 내밀한 개인정보를 받은 행위는 그 자체로도 위법한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기자들에 대해서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적용이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공무상 비밀을 상호 간에 주고받아야 성립되는 대향범 구조(서로 마주 오는 기관차처럼 대립한 방향의 행위를 하지만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는 범죄)인데, 비밀을 누설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으나, 정보를 취득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자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고 봤다”며 “국민 알권리, 공공의 이익이 중요하지만, 수사 대상자의 실명이 노출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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