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선임, 진정성은 느껴지지만 결과가 ‘답정너’였다 [대표팀 와치]
[뉴스엔 김재민 기자]
사실상 답은 '홍명보'로 정해놓고 있었던 셈이다.
대한축구협회는 7월 8일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후 두 차례 임시 감독 체제를 거치며 질질 끌었던 감독 선임 과정이 마무리됐다.
'답정너'라는 신조어가 있다. 이미 널리 쓰인지 10년도 넘은 표현이다. '답은 정해졌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의미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 선임 과정이 그랬다. 이미 답을 정해놓고 이를 정당화할 명분을 찾는 듯한 모양새였다.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후 차기 감독으로 국내파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지불해야 할 막대한 계약 해지 위약금 때문에 감독 선임에 쓸 수 있는 예산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가 지난 3월 정식 감독 후보를 선정할 때부터 후보군에 포함됐던 인물이다. 당시에는 최상위 후보로 거론됐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후 첫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가 열린 것이 2월 21일이었다. 3월 A매치 기간까지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이었다. 당초 전력강화위는 3월 A매치 기간 이전에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정해성 위원장은 첫 회의 브리핑 자리에서 "시기적으로 3월 예선 2경기를 준비하려면 기간 면에서 국내 감독으로 비중을 둬야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왔다"며 "각 클럽 팀에 일하는 분이 된다면 직접 찾아가서 결과가 나온 뒤에는 도움을 요청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K리그 현직 감독을 빼오겠다는 심산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발언이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이 유력한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이유다.
K리그 개막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가 한 시즌 농사를 망칠 계획이라는 소식에 축구팬들의 분노가 향했다. 결국 전력강화위원회가 거센 비난에 한 발 물러났다. 3월, 6월 A매치 기간까지 임시 감독 체제를 이어갔다.
이후 제시 마치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 에베르 르나르 프랑스 여자 대표팀 감독, 세뇰 귀네슈 전 베식타슈 감독 등이 거론됐지만, 대한축구협회의 눈은 여전히 국내파로 향했다.
40년 만의 올림픽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지 않았다면, 3월 A매치 기간 임시 감독이었던 황선홍 감독이 정식 감독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6월 A매치 기간 임시 감독이었던 김도훈 감독도 정식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해성 위원장이 사퇴한 후 감독 선임 과정 책임을 지게 된 이임생 총괄이사는 8일 오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외국인 최종 후보 2명과의 인터뷰도 긍정적이었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부터 이어진 한국 축구 빌드업 철학의 연속성과 성인 국가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결 등을 고려해 홍명보 감독을 최종 선택했다고 밝혔다. 알려진 대로 외국인 감독 후보 2명은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감독이다.
이임생 이사의 설명 자체는 한국 축구를 걱정하고 고민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임생 이사는 "한국 축구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후보자들이 열심히 하려고 했고 연봉 문제도 받아들이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들의 축구 철학도 확고했고 좋았다. 또 어제는 후보자 2명 중 한 명은 어제 인터뷰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도 받았다. 나도 감사함을 전했다. 이 분들의 축구 철학도 확고하지만 이 분들이 현 시점에서 선수들이 적응할 수 있을지가 첫 번째였다"고 말했다.
또 시즌 중에 K리그 현직 감독을 선임한 것에 대해서는 "K리그 팬, 울산 팬들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울산 구단에서 보내주시기에 약속해서 죄송하다. 울산에 다시 한 번 사과하고 죄송하다. 울산 HD를 계속 응원하겠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했다.
다만 이렇게 사과할 거라면 한 번은 재고할 필요가 있었다. 이임생 이사는 브리핑 도중 울먹이기도 하며 진정성을 전하려는 모습이었지만, 결과가 '답정너'라면 공감을 받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같은 태도, 같은 진정성을 보여주면서 결과가 달랐다면 축구팬들의 여론도 지금만큼 나쁘진 않았을 것이다.(사진=이임생 이사/대한축구협회 제공)
뉴스엔 김재민 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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