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대표팀 감독 내정…'전권'받은 이임생 기술이사, 브리핑 도중 눈물 (종합)
[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는다.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전권을 받아 홍명보 감독 설득을 진행했다.
이임생 기술이사의 진행으로 8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 회의실에서 홍명보 감독 국가대표 내정 브리핑이 열렸다.
먼저 이임생 기술이사는 "협회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새로운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안컵까지다. 먼저 시즌 중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울산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동시에 K리그와 울산팀 팬들에게는 시즌 중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모셔 클럽을 떠나게 해 죄송하다는 마음이다. 사과를 드린다"고 전했다.
물망에 올랐던 외국인 감독 선임 실패 이유를 밝혔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4월 30일 6차까지 논의를 거쳐 1순위와 2순위로 외국인 감독을 올리고 협상을 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으나 언론에 언급된 사람들이기에 아시리라 생각된다"면서 "결론적으로 두 분과의 협상은 무산됐다 첫 번째 감독은 국내 체류와 부가적인 금액이 문제였다. 국가대표팀 감독에 부임해 국내에 거주할 수 없다는 것이었으며 협회는 협상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두 번째는 다른 국가 대표팀 감독 현직에 있었던 분으로, 본인은 감독직을 정리하고 협상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많았으나 소속 협회와 문제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삼고초려에 가까운 읍소 끝에 홍명보 감독이 선임됐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지난 7월 2일부터 4일까지 외국인 감독 후보 2명을 대면 인터뷰를 하고 4월 한국에 돌아왔다. 스스로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고민은 했다. 7월 5일 경기를 하고 돌아오는 홍명보 감독 집에서 밤 11시에 만났다"면서 "홍명보 감독에게 한국 축구와 A대표팀과 헌신해달라는 부탁을 몇 차례나 드렸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을 택한 이유는 총 8가지다. 먼저 게임 철학과 게임 모델이다. 두 번째는 리더십이다. 이어 거주 이슈가 없는 국내파 감독이라는 점, 외국 감독 후보자들과 비교해 성과가 더욱 뛰어나다는 점, 외국인 감독은 9월 월드컵 3차 예선까지 선수단 파악이 어렵다는 점, 앞선 대표팀 지도자 경험이 있다는 점, 외국인 감독의 철학을 입히는 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 각급 대표팀 연계에 필요한 체류 시간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을 꼽았다.
정확한 연봉 규모는 공개할 수 없지만 기존 외국인 감독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외국인 감독과 한국 감독의 연봉에 대한 차이도 저희는 당당하게 이제는 동등하게 요구했다. 액수에 대해서 밝힐 수는 없지만 이제 한국 감독님들도 외국 감독 못지않게 대우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촉박한 시간과 축구 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가졌던 외국인 감독은 기존 한국의 '빌드업' 축구와는 다른 철학을 갖고 있었다. 이것이 '한국적'인 축구에 어울리느냐 하는 고민이 컸다고 한다. 또한 "1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대표팀을 소집하는데 우리 선수들이 이 철학을 완전히 이해하면서 경기에 나갈 수 있을까"고 밝혔다.
전권을 받아 홍명보 감독을 영입했으며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정몽규 회장님이 말씀하신 부분이 딱 하나다. 지금부터 모든 결정을 다 해나가라. 그래서 홍명보 감독 마지막 결정도 회장님께 보고 안 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상의 문제가 없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가 이야기했을 때 (내정설 등) 다른 것이 있는 게 아니냐 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 정몽규 회장님이 저에게 모든 권한을 주셨기 때문에 투명하게 절차대로 제 스스로 진행했다"고 답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홍명보호에 많은 사랑과 격려, 조언을 부탁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임생 기술 이사는 취재진과 질의응답 도중 감정이 북받쳤는지 울음을 참으며 힘겹게 답변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약 5개월의 시간 동안 감독 선임 작업을 계속했다. 3월 A매치 기간은 황선홍 당시 올림픽대표팀 감독, 6월 A매치 기간에는 김도훈 감독을 임시 감독으로 활용하며 시간을 벌었다.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팬들과 축구인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게 '임시 감독' 선임의 이유였다.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과 그 후의 논란, 아시안컵 실패 등으로 민심을 잃었다. 5개월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돌고 돌아 홍명보 감독을 택했다. 하루아침에 감독을 빼앗긴 울산 팬들은 물론 해외파 감독을 원했던 축구 팬들도 만족시킬 수 없는 선택이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절차에 맞게끔 일을 추진했다"고 강조했지만, 입맛에 맞는 홍명보 감독으로 일찌감치 내정해 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는 힘들다.
결국 홍명보 감독이 두 번째 대표팀 지휘봉을 들게 됐다. 아쉬운 선임 과정만큼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 11회 연속 진출과 더불어 축구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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