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알아온 이임생, 그의 말은 진심이고 진실일 것이다[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4. 7. 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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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축구협회가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한 것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임생(53)에 대해 내가 가진 가장 강렬한 기억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이다. 그는 조별리그 벨기에전에서 상대와 충돌해 이미가 찢어졌다. 이임생은 출혈을 막기 위해 이마에 붕대를 감고 용감하면서도 강렬하게 끝까지 뛰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황선홍과 함께 대표적인 ‘붕대투혼’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그를 본 것은 1999년이었다. 기자는 당시 야구를 하다가 축구로 취재 종목을 바꾼 첫해였다. 당시 이임생은 부천 SK 중앙 수비수였다. 이임생은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 선수였다. 터프한 플레이 때문에 ‘망치’라는 별명과 달리 그는 조심스럽고 수줍어하며 말을 조금씩 이어갔다. 1995년쯤 기자와 같은 부대에서 군대 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라며 살포시 웃는 이임생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대 대항 축구 경기에서 공격수로 출전해 아크 정면에서 때린 대포알 중거리 슈팅이 골문 구석에 꽂힐 때는 그물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이임생은 2004년 수원 삼성에서 지도자 길을 걸었다. 중국프로축구에도 갔다. 돌아와 2020년 수원 삼성 감독으로 일할 때 다시 그를 만났다. 그는 한숨만 쉬어대며 “친구야, 미안하다”고 계속 말했다. 당시 수원 성적은 엉망이었다. 이임생은 “밤을 새서 연구하고 전략을 짜는 데 잘 안 된다”고 했다. 당시 기자는 솔직히 이임생은 지도자로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당시도, 이 칼럼을 쓰기전까지 그 말은 그에게 하지 않았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8일 차기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에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이뤄진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 정해성 전력강위원장이 그만둔 뒤 업무를 이어간 사연, 최종 후보 3명을 놓고 거듭한 고민 등을 털어놓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내게 모든 권한을 줬고, 감독 결정은 스스로 투명하게 했다.”

“최종 후보자 3명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나 혼자 했다. 홍명보 감독을 만나고, 결정한 후에 강화위원회를 소집하고 미팅을 해야했지만 미팅 후 다시 언론을 통해 외부로 정보가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미팅 대신) 5명 위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최종 후보 중 내가 최종 결정을 해도 되겠느냐고 동의를 구했고, 내가 결정했다.”

“전력강화위에서 최종 후보자들의 명단을 받고 정몽규 회장님께 보고드렸다. 3명의 후보자를 다 만난다고 하니 회장님이 말씀하신 건 딱 하나였다. ‘지금부터 모든 결정을 다 하십시오’라고 하셔서 마지막 결정도 회장님께 보고하지 않았다.”

“감독의 전술적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유럽 코치를 최소 2명을 요청하겠다고 했고, 홍 감독님도 받아들였다.”

“나의 낮은 지식과 경험을 비난해도 좋다. 잘못됐다면 당연히 받아들이겠다.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결정에 대해 스스로 후회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 이사는 말을 유려하게 잘하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말주변이 없다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 약간 소극적이면서도 숨을 들이마시면서 조심스럽게 꺼내는 말투. 이 이사는 그런 말투로 누구 하나 탓하지도 않고 오직 한국축구만 이야기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부터 감독 선임과정에서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는 행정을 보였다. 그건 비판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이임생 이사가 한 말은 진실이며 진심이라고 믿는다. 최소한 내가 20년 넘게 겪은 이임생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참고로 기자는 2022년 11월 카타르월드컵 출정식에서 이임생을 다시 만났다. 이후에는 전화 통화도 한 적이 없고 사적인 자리에서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다. 지난 6월21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술 철학 발표회에서 잠시 만나 인사만 나눈 게 전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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