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될 결심’ 외치더니…‘여사 문자’에 쪼개진 與

박성의 기자 2024. 7. 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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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들 ‘공정 경선’ 서약식서 “화합의 장” 약속했으나
‘여사 문자 읽씹’ 논란에 갑론을박…‘법적 조치’도 예고
與지도부, 전대 과열에 경고장…“자해적 행태, 분열 우려”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쪼개질 결심이 아닌 하나 될 결심을 해야 한다." (나경원 후보)

"원팀 명심하면서 최선을 다 하겠다." (원희룡 후보)

"치열하게 다투되 끝은 화합의 장이 되겠다." (윤상현 후보)

"네거티브와 비방을 하지 않겠다." (한동훈 후보)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후보자들은 지난 5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을 열고 이같이 다짐했다. 당시 서약식을 주관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내 잔치가 되어야 한다"며 "여유를 갖고 (상대 후보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후보들의 약속이 '문자 한 통'에 공염불이 된 모양새다. 한 후보를 둘러싼 이른바 '여사 문자 패싱'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한 후보가 지난 총선 당시 김건희 여사의 대국민 사과 의사를 무시했다는 주장에 더해, 원 후보 측에선 한 후보의 '사천 논란'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한 후보 측이 '허위 사실'이라며 법적 조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후보들 간 '비전 경쟁'이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서 서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 ⓒ연합뉴스

'여사 패싱' '사천 시도'…원희룡, '한동훈 융단 폭격'

'김 여사 문자 논란'이 발발한 시발점은 지난 4일 방송된 CBS 라디오다. 당시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명품백 문제가 불거졌던 지난 1월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냈던 문자의 내용을 입수했다며, 핵심 내용만 발췌해 재구성했다는 문자를 공개했다. 김 실장 주장에 따르면,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최근 저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며 대국민 사과 의사를 전했으나 "한 후보가 이 문자를 '읽씹'(읽고 씹음) 했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원 후보를 비롯한 당 일각에서는 한 후보가 소위 '김 여사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총선 격전지에서의 양상이 뒤바뀔 수도 있었다면서 한 후보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한 후보를 겨냥한 '사퇴 기자회견'까지 준비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도 불거졌다.

나아가 원 후보는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지난 총선 당시 가족 등과 후보 공천을 논의했다는 '사천 논란'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원 후보는 전날 JTBC 인터뷰에서 '한 후보가 사적으로 공천을 논의한 사람이 누구냐'는 말에 "가장 가까운 가족과 인척"이라고 했다. 원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도 "한 후보가 우리 당에 입당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과 공천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수시로 의논했다"고 했고, 페이스북에서도 "한 후보가 사적으로 공천을 논의한 사람들은 따로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다 공멸"…'난타전'에 與지도부도 우려

자신을 겨냥한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자 한 후보 측은 '법적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후보 측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한 후보는 가족, 인척은 물론 사적인 관계자 누구와도 공천 논의를 한 바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원 후보는 발언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즉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전당대회를 허위사실 유포로 망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사과하지 않으면 부득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와 원 후보의 공방전이 거세게 진행되는 가운데, 나 후보와 윤 후보는 두 후보의 행태를 동시에 비판하고 나섰다. 나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한 후보의 김 여사 문자 무시가 "대통령과 의도적인 차별화를 위한 것이었다면 굉장히 더 나쁜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제2 연판장' 사태에는 "촌스럽게, 작년에는 공천을 압박해서 의원들이 서명하게 하고, 이번에는 또 원외(당협)위원장과 공공기관장을 압박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전당대회가 파행하면 정부여당이 공멸의 길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후보는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한 후보를 겨냥해 "두 후보 모두 당이 괴멸적 참패를 당하고 국민에게 외면받게 된 데 책임이 있다"며 "지난해 전당대회 당정 갈등이 빚어졌을 때는 침묵했던 분들이, 이제 와서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하고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 하면 누가 믿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실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면 우리는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전당대회 과열 양상과 관련해 후보들의 자중을 촉구했다. 나아가 비방전이 계속 전개될 시 지도부 차원의 제재 가능성도 시사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전당대회가 과도한 비난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후보 캠프 및 지지자들의 당헌·당규에 어긋나는 언행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와 윤리위원회를 통해 즉시 엄중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후보자들은 과거보다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민생을 위해 무엇을 할지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며 "남은 선거 기간 도 넘은 행태가 반복된다면 원내대표로서 과감히 지적하고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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