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기강 잡기 제격' 홍명보 감독, 외국인보다 나은 '8가지' 이유 "리더십+경험+성과+국내체류..." [현장 일문일답]
이임생 협회 기술이사는 8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신임 감독 내정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홍명보 감독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거쳐 2027년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지휘한다.
협회는 전날 A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최근 이임생 기술이사가 유럽으로 건너가 거스 포옛 전 그리스 감독, 다비트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방향을 잡은 듯했다. 하지만 이임생 이사가 5일 귀국 후 이틀 만에 홍명보 감독의 내정이 발표됐다.
이임생 이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울산 구단에 감사하고 K리그와 울산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사과드린다. 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물러난 이후 5개월 동안 선임을 위해 고생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분들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의 게임 모델을 고려했을 때 홍명보 감독의 경기 방식이 대표팀에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A대표팀뿐만 아니라 23세 이하(U-23) 대표팀,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이끈 경험, 협회 전무이사로 행정에 대해 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이 현재 한국 축구에 가장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은 그동안 '원팀, 원스피릿, 원골'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축구의 원팀 정신을 만드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앞서 2명의 외국인 감독(파울루 벤투, 클린스만)을 경험하면서 우리 대표팀에는 자유로움 속 기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감독을 뽑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9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까지 외국인 감독이 선수를 파악하는 데 시간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최종후보에 오른 외국인 지도자들 모두 유럽 빅리그 경험과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는 점을 존중한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과 비교해 더 큰 성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철학을 한국 대표팀에 제대로 입히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감독 후보들의 국내 체류 조건도 문제가 됐다. 이임생 이사는 "외국인 지도자들의 국내 체류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유럽에서 만난 후보 1명은 체류에 문제가 없었고 다른 1명은 이 부분이 까다로웠다"고 밝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어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했던 홍명보 감독은 명예 회복할 기회를 잡게 됐다. 당시 역대 최악 월드컵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이후 울산 사령탑에 올라 2022시즌, 2023시즌 2회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의 데뷔전은 오는 9월 5일 팔레스타인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이 될 전망이다.
▶ 홍명보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다. 시즌 중에도 어려운 결정을 한 울산 구단에 감사하다. K리그와 울산 팬분들에게도 죄송하고 사과한다. 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물러난 이후 약 5개월 동안 감독 선임 작업에 고생하신 전력강화위원회 정해성 위원장과 위원들께도 감사하다.
정해성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최종 후보로 결정된 5명을 기술총괄이사인 제가 이어받았다. 최종 후보 5명 중 국내 감독은 홍명보 감독 1명이었고, 나머지는 외국인 감독이었다. 외국인 감독 후보 2명을 제가 지난주 유럽으로 가 대면 인터뷰를 했다. 이 중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게 됐다.
- 홍명보 감독 발탁 배경은.
▶6월 21일 10차 회의가 종료되고 최종 후보 3명으로 압축됐다. 이 중 홍명보 감독을 제외한 외국인 감독 후보 2명은 정해성 위원장이 화상 회의를 진행했고 그 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후 제가 정해성 위원장을 역할을 이어나갔다.
제가 지난 7월 2일부터 4일까지 외국인 감독 후보 2명을 대면 인터뷰하고 돌아왔다. 어떤 결정이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될까 스스로 많은 고민을 했다. 다음 날인 7월 5일 금요일 울산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홍명보 감독님 집 앞에서 밤 11시경에 만났다. 저는 홍명보 감독에게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속성과 발전을 위해 헌신해 달라는 부탁을 몇 차례나 드렸다.
울산이 K리그에서 기회창출, 득점 1위, 빌드업 1위, 압박 강도 1위, 활동량은 10위였다. 효과적으로 뛰면서 경기를 했다는 것이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했지만 활동량은 하위 그룹이었다. 이런 것이 우리 한국 축구의 교훈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홍명보 감독이 이전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로서 경험과 협회 전무로서 기술, 행정 분야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
두 번째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이다. 홍명보 감독의 원팀, 원스피릿, 원 골이 현재 시점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한국 축구가 유지해야 할 정신력, 조화, 원팀 정신을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2명의 외국인 감독을 교훈으로 삼아 팀 내 자유로움 속에 기강은 필요하고 대표팀의 창의성 유지 및 원칙 확립을 위한 적임자라 판단했다.
세 번째 외국 감독의 국내 거주 관련 이슈와 관련해 K리그 우수 선수를 발굴하고 국내외 선수 컨디션을 체크하고 연령별 대표와의 연계성과 지속성이 중요한 요소들이기에 국내 감독 선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네 번째는 외국 감독 후보자들과 비교해 성과를 더 입증했다고 판단했다. 리그 2번 우승과 ACL 4강 진출, 2025년 클럽 월드컵 진출, 2022년과 2023년 올해의 감독상, 23세 이하 올림픽 동메달, 연령별 대표팀 성공 경험이다.
다섯 번째는 당장 9월부터 월드컵 3차 예선이 시작되는 시점에 외국인 감독이 한국 대표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 시간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여섯 번째, 대표팀을 지도한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클럽과 대표팀 운영은 다르고 단기간 소집 시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고 단합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에서 실패한 경험도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곱 번째, 외국인 감독 후보자들이 유럽 빅리그 경험이 있고 자신들의 확고한 철학이 있는 것은 존중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홍명보 감독보다 더 뚜렷한 성과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그들의 철학을 우리 대표팀에 입히기 위해서는 시간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여덟 번째 외국인 감독은 인터뷰 결과 각급 대표팀 연계에 필요한 충분한 체류 시간 확보에 대해서도 확신이 안 들었다. 물론 한 분은 체류에 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감독은 이 부분이 까다로웠다. 이전 재택 논란 재연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었다.
- 홍명보 감독이 최근까지 A대표팀 감독을 고사했는데 어떻게 설득했나.
▶ 최종 후보의 마지막 세 분에 대해 공정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홍명보 감독이 나를 만나주실까, 미팅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두려움도 있었다. 일단 두 분의 외국인 감독을 미팅했고 그분들이 여러 철학을 듣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성실히 임해줬다.
홍명보 감독이 처음 만났을 때 '절차상 온 거냐, 그 안에서 나를 얼마나 평가한 거냐'고 물었다. 그래서 제가 평가하고 결정한 것을 설명했다. 왜 홍명보 감독이 헌신해 줘야 하는지도 말씀드렸고 거듭 부탁했다.
- 연봉 규모를 밝힐 수 있는가.
▶ 사실 홍명보 감독으로 선임 방향성이 잡히고 정몽규 협회장께 보고를 안했다. 김정배 부회장께 보고하고 추진해 달라고 했다. 연봉도 당당하게 이제는 외국인 감독과 동등하게 요구했다. 액수를 밝힐 수 없지만 한국 감독도 외국 감독 못지않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홍명보 감독이 2월부터 하마평에 올랐다. 반대를 하다가 '한 번 만나서' 수락한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 외국인 후보자 분들이 너무나 한국을 오고 싶어했고 연봉 문제도 다 받아들였다. 아무 문제 없었고 그들이 가진 축구 철학을 존중했다.
어제는 두 분 중 한 명이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본인을 관심 있게 인터뷰해줘서 감사하다고 했지만 내가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당신은 정말 훌륭한 감독이기에 앞으로 팀을 맡을 수 있다고 했다. 두 분은 아마 짐작하실 것이다. 현시점에서 우리 선수들이 적응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울산 축구를 보시지 않았나. 빌드업, 기회 창출 등이 K리그 1위다. 모든 게 홍명보 감독이 맞다는 게 아니다. 한국축구 대표 선수들이 해온 스타일을 어떻게 끌어올려 3차 예선을 통과해 월드컵을 나가느냐에 대해 고민했다. 내가 보는 낮은 지식과 경험을 비난해도 좋다. 하지만 나 스스로 우리 선수들이 어느 감독을 만났을 때 크게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끌고 갈 수 있을까를 결정했다. 이런 부분이 잘못됐다면 당연히 받아들이겠다. 결정을 후회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가 위원장을 시작하고 바로 유럽 출장을 갔고 들어와 홍명보 감독을 만났다. 그 전에 접촉할 위치도 아니었다.
- 울산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울산에서 홍명보 감독을 보내주시기로 약속해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다. 특히 울산 팬분들에게 계속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나도 울산을 계속 응원하겠다.
축구회관=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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