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올해 5만·내년 6만가구 착공…공급물량 확대에 집중”
수도권 집값 상승 폭이 커지자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부문 공급 물량부터 확대하겠다는 ‘시그널’(신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4일 세종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공공주택 5만 가구를 착공하고, 내년 착공 물량을 6만 가구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2∼3년간 건설경기가 악화하면서 LH의 착공 물량은 현저하게 줄었다.
LH는 2013∼2020년 연간 5만∼8만 가구를 착공했지만, 2021∼2023년 착공 물량은 연평균 2만 가구로 급감했다.
이 사장은 "서울 전셋값이 59주 연속으로 올라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 불안의 전조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며 "예년 수준 이상의 신규 물량이 공급될 수 있도록 공급 조기화와 물량 확대에 집중해 시장 불안의 불씨를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국토교통부도 주택공급 점검회의를 열고 공급 확대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LH의 착공 목표 5만 가구 중 1만 가구는 3기 신도시 주택이다.
연내 착공 물량은 ▲하남 교산(약 1100가구) ▲ 고양 창릉(약 2000가구) ▲ 남양주 왕숙(약 4000가구) ▲ 부천 대장(약 2500가구) 등이다.
기존 도시와 연접해 단기적으로 기존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곳으로 주택 착공 지역을 선정했다.
이 사장은 "부지 조성 공사에 속도를 내 내년에는 3기 신도시에서 올해보다 더 많은 물량이 착공되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 주택 준공이 연말에 몰리지 않고 연중 고르게 분포되도록 일정도 조정한다.
주택 승인과 착공을 동시에 추진해 착공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고, 해약된 민간주택 건설 용지는 LH가 직접 착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LH는 도심 내에서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매입임대주택을 올해와 내년 집중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서다.
정부의 매입임대주택 공급 목표치는 LH 물량을 포함해 내년까지 2년간 총 12만 가구(올해 5만3500가구·내년 6만6500가구)다.
LH는 당초 올해 매입임대주택을 2만7000가구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3만7000가구로 1만 가구를 추가했다.
신축 매입임대주택 약정률과 착공 속도를 높이기 위해 LH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매입임대 담당 인력을 87명에서 189명으로 늘렸다.
이 사장은 "신축 매입 약정부터 준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2년에서 1년 6개월로 단축하겠다"며 "짧게는 1년 이내에 준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가 매입이라거나, 건설사가 지은 것을 공공이 매입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등 매입임대주택에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고물가, 고금리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공공기관이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2∼3년 후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 비난이 있더라도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매입임대주택 확대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며 "이는 소규모, 영세 건설사를 살려 골목 경제를 활성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공매 유예가 풀리는 올해 하반기에는 피해 주택도 대거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H는 올해 경기 부양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공기관 총투자액의 30%에 해당하는 18조4000억 원의 사업비를 쓴다. 상반기에는 10조6000억 원을 집행했다.
이 사장은 "3기 신도시와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LH의 부채비율이 증가할 수 있다"면서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워 민간이 투자를 기피할 때는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늘더라도 공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LH는 최근 3기 신도시를 포함한 공공택지 개발과 15개 산업단지 조성을 이행하면 중장기적으로 부채비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회계법인을 통해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부채비율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고, 부채비율을 2027년까지 208.2%로 낮추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이행하도록 했다.
조해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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