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생 이사 "늦은밤 홍명보 찾아가 설득…외국인 후보들보다 평가 앞서"
"원팀 이끌 적임자…대우도 외국인 못지않게 받아야"
(서울=뉴스1) 김도용 안영준 기자 =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홍명보 감독을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종합 평가에서 다른 외국인 후보들보다 앞섰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아울러 선임 과정은 절차상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이임생 이사는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A대표팀 감독 선임 브리핑을 열고 감독 선임까지의 과정과 선임 이유 등에 대해 밝혔다.
이 이사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업무를 위임받아 선임 작업을 이어나갔고 최종적으로 홍 감독 선임을 결정했다. 그는 "기존 전력강화위원회가 해 온 업무를 존중하면서, 정몽규 회장으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아 절차상 문제가 없이 선임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 유럽으로 날아가 2명의 외국인 감독 후보를 인터뷰 한 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홍명보 감독을 찾아갔다. 그리고 설득 끝에 감독직 수락을 이끌어냈다.
이 이사는 "홍명보 감독이 이끈 울산이 빌드업과 기회 창출 등 전술적으로 한국 축구와 맞았고, '원팀, 원스프릿, 원골'의 리더십을 갖고 있었다. K리그 선수 확인 및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계에 능하며, 감독으로서 보여준 성과가 충분하다" 등 다양한 근거로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약 5개월 동안 새 감독을 찾지 못한 행정적 공백에 대해 사과한 이임생 이사는 시즌 도중 감독을 읽게 된 울산 구단과 울산 및 K리그 팬들에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고개 숙였다.
다음은 이 기술이사의 브리핑 일문일답.
-감독을 선임하기까지 과정은? ▶4월 30일 6차 회의까지 거쳐 두 명의 외국인 감독을 후보로 올리고 협상했다. 한 분은 국내 체류 기간과 부수적 비용이 문제였고 다른 한 분은 현재 소속된 다른 국가 축구협회 문제로 무산됐다. 이후 7~10차 회의를 거쳐 다시 후보군을 선임했다. 절차는 정해성 위원장에게 위임했으나, 정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내가 이어받았다. 홍명보 감독과 외국인 감독 4명을 포함한 후보 5명으로 압축됐는데 한 명은 인터뷰가 무산됐고 한 명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 다른 2명의 외국인 감독을 만나러 유럽으로 다녀왔다. 이후 그 결과를 토대로 최종적으로 홍 감독을 선임했다.
-홍 감독을 언제 만났는지? ▶7월2일부터 4일까지 유럽에서 외국인 감독 2명과 대면 인터뷰를 하고 5일 낮에 한국에 도착했다. 어떤 결정이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될지 스스로 많이 고민했고, 5일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홍명보 감독 집 앞에서 오후 11시경 만났다. 홍 감독님께 한국 축구의 철학과 게임 모델을 연결해서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위해 헌신해달라는 부탁을 몇 차례나 드렸다.
-홍 감독을 최종 선임한 이유는? ▶홍명보 감독은 울산에서 상대 배후 공간을 효율적으로 공략했고 선수들 장점을 잘 살리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템포 조절, 공수 밸런스, 포지셔닝도 좋았고 기회 창출 1위, 빌드업도 1위다. 활동량은 10위지만 그만큼 효율적으로 뛰었다는 뜻이다. 또한 홍 감독은 '원팀, 원스프릿, 원골'의 리더십을 갖고 있고 K리그 선수 확인 및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계에 능하며, 이미 감독으로서 성과도 냈다. 대표팀 지도 경험도 갖췄으며 국내 체류와 관련된 문제도 없다. 다방면에서 외국인 후보보다 앞섰다.
-언제부터 대표팀을 맡게 되는지? 겸임 가능성은? ▶울산HD에서 협회와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도움을 줬다. 홍 감독의 부임 시기는 울산에서 원하는 계획대로 의논해 나가겠다. 다만 울산과 같이 이끌어나가는 건 어렵다.
-이임생 이사는 어떤 자격으로 감독 선임에 관여했는지? ▶10차 최종 후보까지 받은 상황에서 정해성 위원장이 사임했다. 협회에서는 절차대로 이를 진행할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기술위원장이지만 총괄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전력강화위원들에게 해외 감독 및 홍명보 감독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했는지? ▶기존 전력강화위원회를 존중했다. 9명 이사들과 줌 미팅을 했는데 4명이 불참, 5명이 참석했다. 참석한 5명에게는 동의를 받았다. 협회 실무자 법무팀에게 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조언을 받았고, 추인을 받는다면 규정과 절차상 문제없다는 답을 들었다. 다시 위원회를 소집해 미팅하다 외부나 언론에 내용이 새어나가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5명의 위원에게 동의를 얻고 결정, 발표했다.
-계속 거절 의사를 밝혔던 홍 감독을 어떻게 설득했나? ▶유럽에서 2명의 외국인 지도자를 만나러 다녀온 뒤에 그날 밤 곧바로 홍 감독을 찾아가 만났다. 그전에는 접촉하지 않았고 접촉할 자격도 없었다. 홍 감독이 처음에 내게 '절차상 맞게 찾아온거냐'고 하더라. 그동안 평가하고 결정한 부분에 대해 설명드렸고, 홍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해 A대표팀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과 연계해서 협회의 철학과 게임모델을 잘 이끌어달라고 부탁드렸다.
-연봉 등 계약 조건은? ▶액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이제 한국 감독들도 외국 감독 못지않게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2026 월드컵을 넘어 2027년 아시안컵까지 계약한 배경은?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을 위해선 단기간에 평가하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드리고 싶었다.
-감독 선임 작업이 너무 길어졌는데? 해명 혹은 사과는? ▶일찍 감독을 선임하지 못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절차상 문제는 없었고 정몽규 회장님이 모든 권한을 주셨기에 투명하게 스스로 결정했다.
-울산 및 K리그 팬들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울산 구단에서 홍 감독을 보내주기로 약속했기에 감사하고 죄송하다. 팬들에게도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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