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생의 독박…"홍명보 대표팀 사령탑 선임, 내가 홀로 결정"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의 독박이다.
후보자 간 비교와 고민, 판단, 최종 결정과 설득까지,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모든 과정을 '홀로' 진행했다.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홍명보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 배경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내게 모든 권한을 줬고, 감독 결정은 스스로 투명하게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임생 이사 단 한 명의 고민과 판단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고 인정한 셈이다.
지난달 28일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자 9명의 전강위원 중 사퇴 의사를 밝힌 4명을 제외한 5명 위원과 화상 회의를 거친 뒤 이임생 이사는 사령탑 선임에 대한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았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은 전강위 추천을 통해 협회 이사회가 최종 선임한다.
협회는 법무팀의 법률적 검토를 거쳐 추후 이사회의 승인을 받는다면 전강위의 위임을 받은 이임생 이사가 단독으로 사령탑을 선임하는 게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봤다.
지난달 20일 10차 전강위 회의 이후 실질적인 최종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됐다.
이임생 이사는 "(정해성 위원장 사퇴 뒤) 누군가는 절차대로 진행할 사람이 필요했고, 정몽규 회장이 내게 모든 권한을 줬다. 절차에 맞게 일을 추진해왔다"고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모든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이임생 이사는 이달 2∼4일 외국인 후보자였던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 등 외국인 감독과 유럽 현지에서 대면 면접을 진행했다.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한국 축구에 적합한 지도자는 누구인가에 대해 깊게 고민한 이임생 이사는 5일 오후 11시 홍명보 감독의 자택으로 찾아갔다.
한국 축구의 게임 모델,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의 연계성과 지속성 등을 고려했을 때 홍명보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설득한 결과, 6일 오전 홍 감독의 승낙을 받아냈다.
각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의 인터뷰 내용, 후보자 간 비교, 홍명보 감독 선임 결정, 최종 선임까지, 이임생 이사가 전강위원들에게 공유한 건 없다.
모든 고민과 결정은 홀로 했다.
이임생 이사는 "세 후보자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나 혼자 했다. 홍명보 감독을 만나고, 결정한 후에 전강위를 다시 소집하고 미팅을 해야했지만 (하지 않았다.) 미팅 후 다시 언론을 통해 외부로 (정보가)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미팅 대신) 5명 위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최종 후보 중 내가 최종 결정을 해도 되겠느냐고 동의를 구했고, 내가 결정했다"고 선임 과정을 밝혔다.
이임생 이사는 외국인 감독 후보자들의 확고한 축구 철학은 존중하지만, 그들의 철학이 빌드업을 중시하는 '한국 축구'에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임생 이사는 "우리는 파울루 벤투 감독 때처럼 빌드업을 통해 미드필드에서 공격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기회를 창출하고자 한다. 이는 수비진에서 롱볼을 사용해 거기서 경쟁을 유도하면서 빠르게 서포트하는 축구는 아니"라며 두 외국인 감독 후보 중 한 명의 철학과는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강도 압박을 중요시한 나머지 한 명의 외국인 감독 후보를 언급하면서는 "우리 선수들에게 하이프레싱을 요구하는 게 맞나. 중동 국가 등 움츠리는 팀을 상대로 빌드업을 통해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데, 수비라인을 너무 많이 끌어올리다 보면 중동 팀의 역습을 잘 극복할 수 있을까. 후반까지 체력 문제가 없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은 열흘 정도에 불과한 짧은 시간 동안 소집되는데, 짧은 시간 내에 선수들이 외국인 감독들의 축구 철학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경기력이 나아질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계속 머리에서 맴돌았다"고 덧붙였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 데 대한 책임은 모두 끌어안겠다고 했다.
이 이사는 "나의 낮은 지식과 경험을 비난해도 좋다. 잘못됐다면 당연히 받아들이겠다"며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결정에 대해 스스로 후회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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