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한화오션 갈등에 궁지 몰린 방사청…꼬이는 'KDDX' 사업

최의종 2024. 7. 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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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수의계약" vs 한화 "경쟁입찰"…경찰 수사 '집중'

한화오션이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종합학술대회에 참가해 전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한화오션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총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조만간 업체 선정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어떤 결정을 내놓아도 파장이 클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 방식을 놓고 각각 수의계약, 경쟁입찰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은 관례에 따라 수의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요구한다.

해군의 숙원으로 꼽히는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만드는 사업이다. 사업비 규모 등을 고려하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함선 연구개발 관례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효율성 등을 이유로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과거 KDDX 개념설계를 비롯한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점을 들며 경쟁입찰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KDDX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 시절 수행했다.

HD현대중공업 직원의 군사기밀 유출 혐의 유죄 확정 이후 방사청은 지난 2월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를 진행한 뒤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HD현대중공업은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위기에서 벗어난 셈이다.

당시 방사청은 △국가계약법상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제척기간이 지나 제재 처분할 수 없는 점 △방위사업법상 청렴서약 위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들며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를 수긍하지 못한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유출 사건 배후에 임원급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직원이 주도해 군사기밀을 유출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러자 HD현대중공업 직원은 한화오션 관계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수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가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갈등 소용돌이에 휩싸인 업계 안팎으로 여러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사업장이 소재한 울산 지역 정치권과 한화오션 사업장이 소재한 경남 거제 지역 정치권도 '스피커'로 나선 상태다.

조선업계와 정치권, 지역사회 등 시선이 쏠린 만큼 방사청이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파장이 클 전망이다. 방사청이 업체 선정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결정해 HD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줄 경우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업체를 선정했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쟁입찰 방식으로 결정되면 이미 확정 판결된 사안으로 또 다른 방식의 제재를 가하는 중복 제재에 대한 주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사업 지연과 비용 상승 우려도 이어질 전망이다. 어떤 결정을 내놓아도 양사가 방사청 결정에 소송전을 불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난감한 방사청의 상황 속 시선은 경찰에 쏠리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울산지검을 압수수색해 HD현대중공업 직원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관련 수사·재판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물 분석 기간 등을 고려하면 수사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방사청이 업체 선정 방식을 결정하는 시기를 놓고도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우선 방사청이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수의계약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또 다른 특혜라는 비판이 나올 전망이다. 수사 결과 임원급 개입이 확인되면, 계약심의위도 다시 열어야 한다.

반면 수사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물리적으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고소·고발 수사 결과가 단기간에 나오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HD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으로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왕 전 청장 사건은 계속 진행 중"이라며 "앞서 자료 요청 방식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한 뒤 필요성에 따라 영장을 받아 울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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