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연 ‘생산성 폭증 시대’...한국 기업도 기회 찾아야” [헤경이 만난 사람-노벨경제학상 수상 마이런 숄즈 교수]

2024. 7. 8. 11: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 기술, 시장경제 변화 주도 체인저 역할
인플레 압박요인 맞물려 제로금리 어려워
美 금리인하 9월 유력, 연말로 미뤄질 수도
긴축 이어져도 美소비 견조시 韓엔 긍정적
현대차·기아 재편되는 공급망 참여 기회
마이런 숄즈 교수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생산성 호황은 인플레이션을 바꿀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 기업은 AI를 접목시킬 수 있는 분야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스탠포드대 마이런 숄즈 석좌교수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에서 가진 헤럴드경제 단독 인터뷰에서 “AI 기술은 시장 경제의 변화를 주도하는 체인저(Changer)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AI 열풍이 기업들의 장기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 전체를 좌우할 중립금리까지도 상승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AI로 인한 투자와 소비 확대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맞닥뜨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더욱 힘겹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숄즈 교수는 재무금융 분야에서 유력 이론인 블랙-숄즈 모형(Black-Scholes model)의 창시자다.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경제학자로 꼽힌다. 그는 이번에 본인이 수석 투자 전략가로 있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야누스 헨더슨(Janus Henderson)과 CFA한국협회가 공동 주최한 특별 대담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그는 또 미국 기업들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인소싱(insourcing) 흐름’ ‘인구 고령화’ ‘탈탄소 경제 전환’ 등 다른 인플레이션 압박 요인들까지 맞물리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제로 인플레이션’ 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 연준, 9월 ‘최소 연1회’ 금리 인하= 최근 월가에선 연준이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기거나 인하 폭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포럼에 참석해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세 및 재정지출 확대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에선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숄즈 교수는 연내 최소 한 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첫 인하 시기는 9월이 유력하지만 늦으면 연말까지도 미뤄질 수도 있다고 봤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 정책을 바꾸면서 움직일 상황까지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는 “지금은 경제 성장세도 견조하고 인플레이션도 떨어지는 모습”이라며 “연준은 시장 추이를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만일 미국이 시장 예상보다 금리를 늦게 내리더라도 한국 경제에 미칠 여파는 제한적으로 봤다. 숄즈 교수가 우려하는 상황은 긴축 정책이 너무 길어지면서 경기 침체로 빠지는 것인데, 현재로썬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또 ‘강달러’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면서 한국 기업의 미국향 수출 호조세도 이어갈 것으로 봤다. 그는 이어 “연준이 긴축 정책을 이어가더라도 미국의 소비가 계속 견조하고 지갑을 여는 상황이라면 한국은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인플레이션 제로 복귀 어렵다= 숄즈 교수는 다양한 인플레이션 압박 요인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제로 금리’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 정부의 부채 위험 외에도 미국 기업들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인소싱(insourcing)’, 고령화 문제, 탈탄소 경제 전환, AI 기술 혁명 등 비경제적 위협이 상호작용하면서 그는 “이 모든 것들이 인플레이션 압박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후위기를 주목하면서 미국으로 폭증하는 이민을 그 사례로 이야기했다. 대표적으로 온두라스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집단 이주민 행렬 ‘카라반’은, 중남미 지역의 만성적인 부패와 가난뿐 아니라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는 기후변화에 의해 촉발됐다. 숄즈 교수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이주하는, 이른바 ‘기후 이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남미에서 미국으로,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유럽으로 이민자들이 계속 이동 중”이라고 했다.

신규 이민자 유입이 한 국가의 흡수 능력을 초과하면 개개인의 경제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숄즈 교수는 “미국 국방부의 경우, 이민자를 경제에서 흡수해내야 하는 상황일텐데, 기존보다 더 많은 사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이에 따른 정부 부채가 증가하고 이는 또 다른 인플레이션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AI 기술 다양하게 접목...韓 기회 찾아야= AI가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를 숄즈 교수는 ‘생산성’ 관점에서 찾는다. 그는 “기업들은 AI를 다양한 기술에 접목시키면서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한 나라의 경제 체력도 바꿀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도 조정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또 그는 “연준의 정책에 따라 달러 방향이 결정되겠지만 일단 고금리 상황에 AI발 생산성 증대가 계속해서 이뤄진다면 달러 강세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AI 기술 발전이 한국 기업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낙관론도 폈다. 숄즈 교수는 “AI가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크다. 예컨대, 노령·청년층을 위한 교육 서비스에서부터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전기 자동차 생산 등 현재 논의되는 모든 것에 AI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현대차·기아와 같은 한국 제조업 기업들에게도 좋은 기회들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 사이 공급망이 구조조정되고 있는데, 한국은 재편되는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아야 한다”는 진단도 잊지 않았다.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 자원 공백을 AI 등 기술을 통해 메우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상태’를 선언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인구가 계속해서 감소하면 국가 규모도 축소된다”고 말했다. 숄즈 교수는 “로봇 등 자동화 기술들을 통해서 일단 노동 수요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겠다”면서 “미국의 경우, 농업 종사자 수가 거의 없는데 이는 그만큼 기술이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경제를 바꾸는 기술 역량에 ▷생성형 AI ▷탈탄소 ▷로봇 등을 제시했다.

▶ AI 주도 美 상승랠리 당분간 계속= 올 들어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 들어서만 30번 넘게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국내외 일각에선 ‘미 증시 고점론’도 나오지만 숄즈 교수는 “당분간은 AI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AI 기업의 경우, 견조한 실적을 기반으로 재무제표상 현금흐름도 개선돼 자연스레 기업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AI 기술 여부에 따라 기업 간의 실적 격차도 커질 것으로 봤다.

숄즈 교수는 “AI의 진화와 혁신이 주식시장의 강세를 계속해서 일으키고 있다”면서 “AI를 기반으로 강한 펀더멘털을 만들어가고 있는 엔비디아, 챗GPT,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계속해서 기업 활동의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 상승 여력을 묻자 “주식시장이 정점, 바닥에 있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향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는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아울러 AI를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말고 분석해야 한다고도 짚었다. 숄즈 교수는 “데이터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데이터는 과거를 보여줄 뿐,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면서 “결국 과거의 데이터를 선택하고 어떤 의미를 도출해 내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