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 자율주행이 이끄는 철도 모빌리티

2024. 7. 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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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락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스마트전기신호본부장

이른 아침 광명역은 벌써 승객들로 붐빈다. 부산에서 오전 10시 미팅임에도 조급한 마음은 없다. 도로교통 수단으로는 얻을 수 없는 시간적 여유와 정시성 덕분이다.

철도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교통수단 핵심이다. 도로교통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2%에 불과하고 사고 발생 빈도는 6% 수준이지만 수송력은 200배에 달한다. 과거 철도는 대규모 인력과 화물 운송으로 산업화와 경제 발전에 중심 역할을 했다. 현재도 도시교통 체증 및 대기오염 등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며 지속 발전하고 있다.

전기화된 열차, 에너지 소비 최적화, 지속 가능한 철도 운영 등 노력은 환경 보호와 모빌리티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고 있다. 철도 네트워크 확장은 시간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압축해 국가 및 지역 간 경제 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철도 이동을 보장하려면 철도 신호체계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1825년 세계 최초 증기기관차 등장 당시 열차 최대속도는 29㎞/h에 불과했다. 당시 열차는 기관사가 눈으로 보고 운전하는 것이 가능해 신호원이나 역무원이 손으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철도 고속화와 고밀도 운행이 요구되면서 자동화된 신호체계가 필요해졌다.

20세기 초 개발된 선로 전기회로 기술은 선로를 일정 길이로 나눠 전기회로를 구성하고 신호를 전달해 열차 위치를 정확하게 검지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유지보수의 단점이 존재한다. 1990년대에 들어 컴퓨터와 통신의 발전으로 무선통신 기반 철도신호 기술이 개발됐다. 열차와 지상 제어센터 간 무선통신으로 전기회로 없이 열차 움직임을 실시간 추적하고 무인자동 운전할 수 있는 가장 진보된 철도신호 기술이다.

철도신호 체계의 궁극적 목표는 안전하면서도 더 빠르고 조밀하게 열차를 투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상·전기·하드웨어(HW) 중심에서 차상·통신·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진화해왔다. 무선통신 기반 철도신호 체계는 무인운전이 가능하더라도 열차는 지상 제어설비의 복잡한 명령에 의존해 주행한다. 여전히 제어의 중심이 지상에 존재해 구조적인 성능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극복을 위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2017년부터 자율주행 철도신호 핵심기술을 개발 중이다. 자율주행 철도신호 체계는 열차 간 운행정보를 교환해 주행 간격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운행 스케줄 대로 선로 주행 방향을 스스로 제어한다.

또 궁극적으로 무선 연결기 기술로 주행하면서 단일 열차로 결합하거나 필요 시 분리해 열차 길이를 쉽게 변경할 수 있다. 2022년 이 연구는 연구성과의 혁신성과 도전성을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융합연구 분야 최우수성과와 2021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출연연 우수 연구성과에 선정됐다.

자율주행 철도신호 체계는 선로 추가 건설 없이 수송력을 최대 2배까지 제공할 수 있어 혼잡도 및 병목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 특히 무선 연결기 기술은 출발지가 서로 다른 두 열차를 주행 중 하나로 연결해 운행하고, 필요 시 분리해 승객 환승 불편을 줄여 이동 편리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지능화된 열차 스스로 속도·방향 등 안전한 운행을 감독하고 조절한다. 따라서 지상의 복잡한 제어설비가 필요 없어져 구축 비용을 20% 절감할 수 있다. 또 빈번한 노선 변경과 연장에도 지상 제어설비 수정과 증설이 필요하지 않은 강점이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창시자 마크 와이저는 “가장 심오한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이라고 했다. 철도신호 체계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철도 모빌리티 혁신에 필수 요소다. 우리나라는 자율주행 철도신호 체계 핵심이 되는 첨단 무선통신 기술과 SW 기술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실용화 개발이 이뤄지도록 적기에 투자만 된다면 선도적인 기술개발이 가능하다. 앞으로 자율주행 철도신호 기술이 실현돼 국가 철도망 운영 주권을 확보하고, 국민에게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모빌리티를 제공할 날을 기대해 본다.

정락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스마트전기신호본부장 rgjeong@kr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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