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선임’ 이임생 “여러 측면에서 뛰어나…정몽규 개입 없었다”

장한서 2024. 7. 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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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 정신을 만드는 데 탁월하다.”, “공수 밸런스 좋고, 빌드업 등 전술 뛰어나다.”, “대표팀 지도 경험이 있다.”, “K리그1 감독상 2회, 성과도 더 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홍명보 감독을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한 이유를 솔직하게 밝혔다.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 등 최종 후보 3명 중 홍 감독이 여러 측면에서 외국인 감독들 보다 앞선다는 평가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고 7일 밝혔다. 2013∼2014년 대표팀을 이끌며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던 홍 감독은 이로써 10년 만에 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하게 됐다. 사진은 2023년 7월 21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3' 울산현대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울산 홍명보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이사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A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브리핑을 개최했다.

그간의 선임 과정에 관해 설명한 이 이사는 8가지 이유를 들며 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배경을 밝혔다. △빌드업 및 공수 밸런스 등 전술적 우위 △원팀 리더십 △국내 선수 점검 및 연령별 대표팀 지속성 △리그 우승, 올해의 감독상 2회 등 성과 탁월 △북중미 월드컵 9월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앞두고 외국인 감독들 선수 평가 시간 부족 △A대표팀 및 연령별 대표팀 감독 경험 △외국인 감독 축구 철학 한국 적용엔 시간 부족 △외국인 감독 국내 체류 시간 확보 리스크 등이다.

이 이사는 “협회의 게임 모델을 고려했을 때 홍명보 감독의 경기 방식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빌드업시 비대칭 백스리 전형과 상대 측면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고, 선수들의 장점을 잘 살려 역습과 크로스 공격이 뛰어나다. 또 공수 밸런스를 통해 기회 창출도 보인다”면서 “작년 데이터 기준 울산은 K리그1에서 빌드업 1위, 압박 강도 1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이사는 “또 앞서 A대표팀, 23세 이하(U23) 대표팀,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이끈 경험, 협회 전무이사로 행정에 대해 폭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올림픽 동메달 등 연령별 대표팀 성공 경험도 있어 성과도 더 많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축구협회가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한 것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이사는 홍 감독의 리더십도 높게 평가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에서 선수단 내분 논란 등 홍역을 치른 대표팀이었다. 그는 “홍 감독이 추구하는 리더십도 지금 한국 축구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홍 감독은 그동안 ‘원팀, 원 스피릿’을 강조했는데, 현재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사항”이라면서 “한국 축구가 유지해야 할 원팀 정신을 만드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앞서 2명의 외국인 감독(벤투, 클린스만)을 경험하면서 우리 대표팀에는 자유로움 속 기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전날 홍명보 울산 HD 감독의 A대표팀 감독 내정을 발표했다. 이 이사는 지난주 유럽으로 떠나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을 미팅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또 다른 최종 후보였던 홍 감독을 만나 설득,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했다. 5일 밤 홍 감독 자택 앞에서 만난 이 이사는 삼고초려 끝에 홍 감독의 결심을 받아냈다. 그간 축구협회를 공개 비판하며 감독직 고사 의사를 밝혀 온 홍 감독은 하루 만에 마음을 바꿨다.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 지난 2014년 6월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과의 벨기에의 경기가 열린 브라질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전반전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감독은 조만간 울산의 지휘봉을 놓고 2027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A대표팀을 이끌 예정이다. 이 이사는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계성 강화 및 축구 철학 확립을 위해 홍 감독의 계약 기간을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넘어선 2027 사우디 아시안컵까지 잡았다. 홍 감독은 당장 9월에 있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3차 예선부터 팀을 지도해야 한다. 이 이사는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계, K리그 선수 확인 등을 위해 국내 감독 선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9월 아시아지역 3차 예선까지 외국인 감독이 선수를 파악하는데 시간상으로 부족하다고 파악했다”며 “최종 후보에 오른 외국인 지도자들 모두 유럽 빅리그 경험이 있고 자신들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다는 것도 존중한다. 그러나 홍 감독과 비교해 더 큰 성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또 자신들의 철학을 한국 대표팀에 제대로 입히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감독과의 미팅에선 국내 체류 기간도 기준 중 하나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 자택에서 주로 지내는 등 근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이사는 “외국인 지도자들의 국내 체류 시간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유럽에서 만난 후보 1명은 체류가 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1명은 이 부분이 까다로웠다”면서 “국내 체류에 대한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축구협회가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한 것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이사는 최종 후보 3명 중 자신의 판단에 따라 홍 감독을 선임했고, 이 과정에서 전력강화위 위원 5명의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4명은 정해성 전 위원장의 사퇴와 함께 선임 과정에서 빠졌다. 이 이사는 홍 감독을 최종 선택하면서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의 허락을 따로 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끝으로 “시즌 중에 홍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해 K리그1 팬들과 울산 구단,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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