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목표는 생산차질”…제 발등 찍는 삼성전자 노조
전삼노 “8일 오전 기준 6540명 파업 참여”
글로벌 파운드리 고객사 신뢰도 저하 우려
경쟁사 TSMC·인텔 노조 없어 삼성 불리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파업이 몰고 올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삼노가 이날 오전 밝힌 파업 참여인원은 총 6540명이다. 노조는 향후 무기한 파업까지 예고해 생산차질은 물론 글로벌 고객 신뢰도 하락 우려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2분기 깜짝 실적과 함께 반도체 업황의 회복으로 삼성전자가 마침내 실적 상승세의 기반을 마련한 상황에서 파업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요 외신에서도 이번 파업으로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반도체 공급망에 미칠 파급 효과가 클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이날 오전부터 10일까지 사흘에 걸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여는 방식으로 단체 행동에 나섰다. 전삼노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654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특히 설비·제조·개발 공정에서 5211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사업장 기준으로는 기흥·화성·평택에서 4477명이 파업에 동참했다고 덧붙였다.
전삼노는 ▷2024년도 기본 인상률 3.0%를 거부한 855명 조합원에 대한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 개선 ▷유급휴가 약속 이행 ▷무임금 파업으로 발생한 조합원의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하며 이를 사측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로 2차 단체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전날 방송에서 “3일간 파업한 뒤 이틀 간은 현장에 복귀해 2차 파업 독려 활동을 할 것”이라며 “사측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5일 파업이나 무기한 파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삼노의 조합원은 3만600명(8일 기준)이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약 24% 수준이다.
전삼노는 지난달 7일에도 조합원 단체 연차사용으로 한 차례 파업을 실시했으나 참여가 저조해 실제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파업을 앞두고 전삼노는 “목표는 생산 차질”이라고 분명히 밝히며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전삼노는 대부분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소속 직원들로 구성됐다. DS부문 소속 인원이 총 7만명인 점에 비춰 최대 10% 가량이 이번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추산된다. 내부에서는 실제 파업 규모에 따라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전삼노는 지난 2일 방송에서 특정 부서원의 80% 이상이 파업에 참여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파업에 참여하는 실제 인원이 전체의 10%인 점에 비춰 당장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덜 할 것으로 보면서도 특정 조직에서 파업 참여율이 높을 경우에 대비해 대체인력 투입 등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이 생산 차질을 넘어 삼성전자의 대외 고객사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경우 근본적으로 외부 고객사 확보가 성패를 좌우한다. 이 때문에 고객사 요구에 부합하도록 맞춤 설계와 적기 생산이 핵심이지만, 파업 여파가 지속되면 파운드리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을 줄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대형 고객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파업이 잠재 고객사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고객사 유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 노조가 촉발한 파업이 결국 제 발등을 찍는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이 무노조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히려 대형 고객사가 경쟁사인 TSMC나 인텔로 이탈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작년 4분기(14%)보다 1%포인트 감소한 13%를 기록했다. 반면 TSMC는 같은 기간 61%에서 62%로 1%포인트 증가해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여기에 인텔은 2위 삼성전자를 추월해 세계 2위 자리를 꿰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거세게 추격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 시장에서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역시 대형 고객사 확보가 절실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품질 테스트 절차를 밟고 있다. 갈수록 맞춤형 HBM 공급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 리스크가 자칫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해외에서도 이번 삼성 파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래에셋그룹 글로벌X매니지먼트의 투자 전략가 빌리 렁의 발언을 인용해 “이번 파업 시기는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 공급망 이슈와 맞물려 매우 중요하다”며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파급 효과가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삼노가 삼성 창립 이래 첫 파업을 선언한 당시에도 뉴욕타임스 등은 “반도체 사업이 인공지능(AI) 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며 고객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삼성으로서는 (이번 파업 시점은) 불편한 타이밍이다”고 언급했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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