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에 넘어 온 사이영 수상자, 다저스 상대로도 호투··· 댈러스 카이클 ‘천원의 행복’
단돈 1달러로 넘어온 과거의 사이영상 수상자가 야구 인생의 새 막을 열었다. 밀워키가 새로 영입한 좌완 댈러스 카이클은 8일(한국시간) LA 다저스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서 4.1이닝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5볼넷으로 매 이닝 출루를 허용했고, 2회와 3회, 4회 3이닝 연속 득점권 위기에 몰렸지만 끝내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밀워키는 카이클의 역투를 앞세워 다저스를 9-2로 꺾고 3연전 전패 위기에서 벗어났다.
카이클은 통산 13시즌 동안 103승(92패)을 기록한 베테랑 좌완이다. 휴스턴에서 뛰던 2015년엔 20승 8패에 평균자책점 2.48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으며 리그 정점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카이클은 서서히 내리막을 탔다. 2018년을 마지막으로 시즌 10승을 거두지 못했고, 최근 3년 동안은 단 한 차례 규정이닝도 기록하지 못했다. 올 시즌은 MLB 등판 없이 시애틀 산하 마이너리그 AAA에서만 등판했다.
선발난에 고심하던 밀워키가 옛날의 명투수를 포착했다. 이미 36세 노장이 됐지만, 구속이 오히려 올랐고 오랜 경험을 높이 샀다. 거래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밀워키와 시애틀은 카이클을 1달러에 넘기는 현금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사실상 무상 거래였다. 황혼기에 접어든 노장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일종의 예우와도 같았다. 밀워키 측은 “시애틀이 베테랑 선수를 위해 옳은 일을 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카이클은 지난달 26일 트레이드가 성사됐다는 소식에 잠을 깼다. 부랴부랴 이삿짐을 싸 세 마리 반려견과 함께 밀워키로 이동했다. 밀워키는 바로 다음 날인 27일 열린 텍사스전에 카이클을 선발로 냈다. 그만큼 투수가 부족했다. 밀워키와 계약서에 서명하고 불과 2시간 30분 뒤 카이클은 마운드에 올랐다. 4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팀 타선이 터지면서 6-5 승리를 거뒀다.
지난 3일 콜로라도 상대로는 노장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에서 선발로 5.1이닝 동안 4피안타 2실점 호투를 했다. 시속 160㎞ 빠른공을 던지는 팀 동료 트레버 메길은 “꼭 구위가 좋아야 최고가 되는 건 아니다. 카이클은 머리싸움으로 이겼다”고 찬사를 보냈다. 텍사스, 콜로라도전에 이어 이날 다저스전까지, 밀워키는 카이클이 등판한 세 경기를 모두 이겼다.
카이클은 이적 후 첫 등판을 마치고 “너무나 흥분이 됐다. 마치 유체이탈을 경험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10년을 넘게 뛴 베테랑도 세월의 흐름에 맞서 다시 돌아온 MLB 마운드에서 흥분과 긴장을 느꼈다. 그는 “이제 내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올해 나의 여정”이라고 말했다. 1달러에 넘어 온 과거의 명투수가 ‘1000원의 행복’을 한껏 누리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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