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원 미달’ 이대부고, 자사고 전환 취소 신청···인구 감소 못 버틴 듯
내년 고교학점제 도입 땐 일반고와 차별성도 줄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인 이화여대 부속 이화금란고등학교(이대부고)가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서를 냈다.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수입 감소, 고교학점제 도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대부고가 지난 5월30일 자사고 취소 신청서를 제출해 취소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이대부고는 한가람고, 숭문고, 용문고 등에 이어 열한 번째로 자발적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학교다. 학내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교직원 응답자의 96.3%가, 학부모 응답자의 55.1%가 자사고 지정취소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부고가 일반고 전환을 시도하는 이유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경영난과 고교학점제 도입 등이 꼽힌다. 이대부고를 운영하는 이화학당의 이사회 회의록(4월29일)을 보더라도 이화학당은 자사고 지정 취소를 신청하는 이유로 학령인구 감소, 자사고의 자율권 감소 등을 거론했다.
이대부고는 지난해 자사고 전환 후 처음으로 모집정원의 80%를 뽑는 일반전형에서 ‘정원 미달’을 겪었다. 2024학년도 일반전형 입학 경쟁률은 0.93대1이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자 이대부고 역시 정원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모집 정원에 못 미치는 학생들이 입학하니 학교로서는 재정난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에 2년간 25억원을 지원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는 교육청에서 시설비, 인건비 등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이대부고가) 수업료만으로 더는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내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또한 이대부고의 일반고 전환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일반고에 비해 교육과정 구성 등에 자율권을 가졌던 자사고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일반고와 차별성이 옅어지는 점을 이대부고가 우려했다고 본다.
자사고는 그동안 고교 입시를 위한 사교육 팽창, 일반고보다 19배 가까이 비싼 등록금(2022년 기준) 등에 대한 지적에도 명맥을 유지해왔다. 한때 전국에서 54개교까지 늘어났던 자사고는 올해 33개교로 줄어들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공교육 다양성’을 내세워 자사고 존치를 결정했지만, 학령인구 감소를 견디기 어려운 사학법인의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한가람고 등의 사례를 보면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했다고 해서 지원자가 줄어드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며 “고교학점제 도입 등으로 학교간 다양성은 여전히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105141551001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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