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非거주형 부동산의 종말…도심 대형 건물 더 이상 富의 상징 아냐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2024. 7. 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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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A씨는 최근에 재개발 움직임이 있는 지역에 조그만 근린생활시설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조합이 설립되고 정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합원이 과거 수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과거에 비해 상가 등 비거주형 부동산을 받지 않으려고 난리라는 점이다. 심지어 미래의 프리미엄도 포기하고 비거주형을 받을 바에는 당장의 현금 청산을 선호할 정도다.

비주거형 부동산이기에 재개발한다고 하더라도 무주택 등 법상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아파트 같은 주거형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집을 가족 간 가구 분리 후 증여 혹은 매각을 해서라도, 바득바득 주거형을 분양받기 위한 전쟁이 진행 중이다.

조합원 전체가 그러다 보니, 재개발이 완료된 후 대단지 아파트 거주 타운이 완성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단지 내 상가는 있을까’ 라는 의심이 생길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마치 침몰하는 타이태닉호에서 탈출하려는 조난자들을 연상시킬 정도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서울대 경제학, 미 일리노이대 응용경제학 박사, 전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의 '비거주용 분양'

과거 5년 전, 그러니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덮치기 전에는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물론 당시에도 분양 아파트의 인기는 최고였다. 나랏님의 규제 덕에 언제나 분양가 자체가 주변 시세 대비 경쟁력 있게 책정되는데다 새 집은 언제나 선호되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상가의 인기는 만만치 않았다. 당시 저금리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수익형 부동산의 돋보이는 수익률은 상가의 가치를 수직 상승시켰다.

고작 몇 년 만에 그랬던 분위기는 극적으로 반전되었고, 불행히도 필자가 보기엔 이러한 방향 변화는 영구적으로 굳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사실 엄밀히 말해 주거형 부동산과는 달리 상가 같은 수익형은 자산 가치의 평가 방법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의 가치를 논할 때는 사용 가치와 별도로, 입지 면에서의 땅의 가치 즉 공시지가 등이 사용되곤 한다. 여러 유형의 투자를 지켜본 결과, 주거형 부동산은 사용 가치와 일반 공시지가가 크게 괴리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론적으로 실거주에서 발생하는 입지로서의 여러 가지 장점, 즉 학군·교통·일부 시설 접근성 등이 실제로 공시지가에 반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해당 토지를 소유함에 따라 발생하는 도심 접근성과 이에 소비하게 되는 시간을 지가에 투영시키는 전통적인 부동산 가치 산정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반영하고 있는 직주 근접 같은 개념이 유행하면서 주거형 부동산은 나름 가치 산정 방식이 표준화되고 공시지가를 통해 제도화되었다.

하지만 상가 같은 비주거형 부동산의 가치는 정말 다르다. 물론 비주거형에 대해 재산세 혹은 상속 증여세 부과 시 당국이 파악하는 부동산의 가치는 여전히 공시지가 혹은 인근 유사 토지를 비교해 산정하지만, 해당 비주거형 부동산의 소유자가 생각하는 사용 가치는 과세 당국의 셈법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거형 부동산은 수익형으로 운영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해당 물건지의 실거주 가치에 의해 가치가 결정된다. 그러니 사실상 수익형이든 실거주든 큰 차이는 없다.

반면에 비주거형은 기본적으로 수익형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소유주가 사업용으로 사용된다 하더라도, 기회비용을 감안한 수익형으로 치환되어 사용 가치가 결정된다. 예컨대 도로변에 상업용 토지 혹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에 대한 재산세 혹은 상속 증여 등 과세는 공시지가 혹은 인근 지역을 비교한 감정 평가액으로 계산된다. 그러나 사용 가치는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너무 중요하다. 상권이 죽으면 사용 가치는 공시지가와 엄청난 괴리를 가진다. 만약 장사도 못 할 비싼 토지를 가진 소유주 입장에선, 포기도 할 수 없고 미칠 노릇이다. 주거에도 적합지 않다. 경매로 넘겨 가격이 계속 내려가도 아무도 안 주워간다.

5월 22일 서울 시내 한 대학가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 뉴스1

비대면 온라인 쇼핑이 바꾼 부동산 시장

이렇게 된 이유는 이미 다들 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아마존과 쿠팡 같은 이커머스(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비대면 소비와 온라인 쇼핑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상점의 수익성이 감소하면서 상가의 매력이 너무도 심각하게 떨어졌다. 본인이 큰 상가 건물의 주인이라고 생각해 보자. 거기에 무엇을 입점시킬 수 있을까.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입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역시나 오프라인 소비가 필요한 팝업스토어 포함한 전시장, 편의점, 미용실, 카페, 음식점, 헬스장 그리고 모든 임대인의 ‘워너비(wannabe·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이상형)’라고 할 수 있는 병원, 약국 등이 전부다. 이 중 많은 업종은 배후 상권이 넓어야 해서 웬만한 상가에선 유치하기 힘들다. 지역 내 랜드마크 혹은 역세권 정도면 모를까.

필자만 하더라도 사소한 3000원짜리 이하의 소액 물건도 온라인 쇼핑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 배송비가 붙어 배보다 배꼽이 클 것 같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다. 임대료 전가분과 오프라인 특유의 낮은 경쟁으로 인한 높은 소매가격과 좁은 다양성을 감안하면, 배송비를 들여서라도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마는 것이다. 이에 소규모 마트, 철물점, 옷 가게 등등 소매점은 이제 모두 사라져가고 있다. 서울의 핵심 상권이라고 하는 마포구 홍익대 주변도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데 버거워하는 게 보인다. 얼마 전엔 꽤 오래된 큰 마트도 닫아서 충격을 주었다. 하긴 누가 요새 그런 데를 갈까 싶기도 했다.

도심 대형 건물이 '富의 상징'이던 시대는 지났다

오피스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줌(Zoom) 등을 활용한 비대면 회의가 일상화되면서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20%에 달한다. (한국은 물론 특유의 수직 서열 문화 덕분에 다소 느린 변화가 관찰되지만) 일단 맛보기 시작한 달콤한 재택근무는 근로자 업무 행태를 크게 변화시키면서 더 이상 도심으로 인구를 유입시키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사실 공간을 사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임차 공간을 줄여 비용 절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탈도심화에 적극적이다. 도심의 대형 건물은 이제 소유주의 거대한 부를 상징하는 자부심이 아니라 패가망신을 가져올 공포감을 주는 존재가 될 정도이다. 벽이 두꺼운 빌딩은 주거형으로 리모델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햇빛이 닿지 않는 중앙부의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주거형은 모름지기 통풍과 일조 여건이 보장되는 판상형 아파트처럼 납작해야 선호 1순위가 되지 않던가.

이러한 흐름이 다시 역전될 수 있을까. 온라인 쇼핑과 비대면 업무 추세가 더하면 더했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시간은 결코 상가 소유주에게 약이 아니라 적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비거주형은 지금이 고점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공포감마저 드는 것이다. 재개발 재건축 단계에서 조합원들의 목숨을 건 탈출 현상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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