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걱정 말라" 완강하게 거부하던 홍명보, 이임생 이사 공식 제안 '10시간' 만에 마음 바꿨다
[스포티비뉴스=축구회관, 조용운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한 이유를 밝혔다.
축구협회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의 경질 이후 공석이던 A대표팀 사령탑에 홍명보 감독을 앉힌 배경을 설명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축구협회가 마련한 게임 모델을 고려했을 때 홍명보 감독이 울산에서 보여준 빌드업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A대표팀을 중심으로 23세 이하(U-23) 대표팀, 20세 이하(U-20) 대표팀과 기술 및 전술 연계성을 연구했고, 폭넓은 경험을 갖춘 홍명보 감독이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축구협회는 지난 2월부터 새로운 감독을 찾기 위한 작업에 분주했다.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을 필두로 10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100여 명에 달하던 거대한 후보군을 좁혔다.
사이사이 외국인 지도자와 접촉하는 움직임도 가져갔다. 전력강화위는 초기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하겠다는 방침 아래 제시 마치 감독을 최우선 후보로 꼽기도 했다. 실제로 유럽에서 미팅을 진행했으나 감독 연봉은 물론 사단을 데려오기에는 현실적으로 요구하는 금액을 보장해주기 어려웠다.
정해성 위원장의 사퇴로 선임 주체가 이임생 기술이사로 넘어간 최근까지도 독일과 스페인을 오가며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감독 등 2명의 후보군을 만나봤지만 안성맞춤인 지도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이임생 기술이사는 지난 5일 귀국한 뒤 국내 지도자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홍명보 감독을 찾아갔다. 당시만 해도 홍명보 감독은 감독 선임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축구협회를 가감없이 비판하고, 이임생 기술이사와 만날 이유가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임생 기술이사가 서울 자택까지 찾아가는 열성을 받아들였고, 하루 고민한 끝에 수락 의사를 전달했다. 울산도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옮기는 걸 승인했다. 김광국 대표이사는 "갑자기 이야기가 나온 건 아니다. (축구협회가 구단과 교감을 하면서) 한국 축구와 K리그 발전을 두루 생각해 결정된 사안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존재감이 컸던 감독이 나간다는 소식에 무척 아쉬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잘 준비해서 우리 구단의 목표에 차질없도록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급하게 진행된 사항이긴 하나 홍명보 감독은 축구협회가 고려하는 후보 중 꾸준히 상위권에 있던 게 사실이다. 10년 전 A대표팀을 지도했던 경험과 울산을 통해 실패의 아픔을 극복한 저력, 선후배 기강이 무너진 현 상황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할 적임자로 꼽혀왔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감독 부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기에 양측이 합의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또, 울산이 한창 우승 경쟁 중인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라 축구협회가 찍어누르기 방식으로 감독을 빼간 것인지 아니면 홍명보 감독이 마음을 단기간에 바꾼 것인지도 논란이 됐다.
실제로 5개월가량 홍명보 감독의 이름이 사라진 적이 없었기에 내정설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홍명보 감독을 계속해서 1순위로 삼아왔었느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다만 이임생 기술이사는 확실한 답을 주지 못했다. 그는 지난 5일 밤 11시 K리그 경기를 마친 홍명보 감독을 만났고, 이튿날인 6일 오전 9시 연락을 받았다고 일정을 상세히 전했다.
그러면서 "유럽 출장 이후 홍명보 감독님을 만났다. 그 전에는 내가 접촉할 위치도 아니었다"며 "홍명보 감독님이 만나주실까 고민이 컸다. 감독님도 절차상 온 것인지 얼마나 자신을 평가했는지 물었다. 이에 평가 과정을 설명했고, 왜 헌신해주셔야 하는지도 말했다. 대표팀과 연계성 부분을 이끌어주십사 몇 차례나 부탁했다"라고만 말했다.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홍명보 감독은 실체가 없을 때는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공식 제안을 받으니 10시간 만에 마음을 바꾼 셈이다. 축구협회의 선임 발표 이후 울산 팬들이 성을 낸 이유가 정당화되는 브리핑이 됐다. 결국 이임생 이사는 브리핑 마지막 발언에서도 "K리그 팬분들, 울산 팬분들, 울산 구단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울산 구단에서 홍명보 감독님을 보내주시기로 약속했기에 너무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거듭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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